[과학, 문화로 읽다]리미트리스 `뇌를 100% 쓸 수 있다면`

1230g.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프리스턴 병원의 병리학자 토마스 하비 박사는 천재의 뇌를 저울에 달았을 때, 실망했을지 모른다. 보통 성인 남성 뇌의 무게는 1400g, 여성 뇌 무게는 1250g 정도라고 한다.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가를 결정짓는 요소 중 뇌 용량은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천재의 뇌는 일반인보다 가벼웠다. 뇌 용량과 두뇌 능력의 상관관계는 필연이 아니었던 것일까.

[과학, 문화로 읽다]리미트리스 `뇌를 100% 쓸 수 있다면`

세계를 재정의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는 보통 사람보다 가벼웠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죽은 후 관찰한 그의 뇌는 달랐다. 아인슈타인 부검을 담당했던 하비 박사는 뇌를 적출한 후 관찰하기 쉽게 수백 조각으로 잘랐다. 하비 박사는 뇌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사망했지만, 유족의 도움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FSU) 연구팀이 2010년부터 뇌 사진을 분석했다. 지난해 말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의식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표면 회백질(대뇌피질)이 달랐다. 아이슈타인의 뇌는 다른 사람보다 많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뇌에 주름이 많으면 사고를 담당하는 표면적이 넓어 세포끼리 더 많이 연결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뇌 세포 간 연결이 많을수록 특출한 사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특이한 뇌 구조가 상대성 이론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인슈타인 `사고 실험`은 이 영역(대뇌피질)에서 활성화 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뇌 사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아인슈타인은 생전 자신의 뇌 중 10%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재라 일컫는 사람의 뇌도 모두 활용할 수 없었는데, 만약 인간의 뇌를 100%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영화 `리미트리스`는 한계를 넘은 인간 뇌 활동을 상상해 그린 영화다.

에디는 한 문장도 떠올리지 못해 괴로워하던 무명작가다. 우연히 전처 남동생을 만나 뇌를 100% 사용할 수 있는 약을 먹는다. 매일 한 알씩 그 약을 복용한 후 힘들었던 책도 단어가 쏟아지는 듯 금방 탈고했다. 피아노를 능수능란하게 치는 것도 3일이면 끝이다. 돈을 벌겠다고 다짐한 주인공은 작가를 그만두고 금융가에 뛰어들었다. 주말이 되면 계좌에 200만달러가 들어왔다.

뇌 활동을 극한으로 이끌어주는 약이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약은 분명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다. 똑같이 약을 복용했던 에디의 전처도 처음에 천재성을 나타내며 직장에서 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약이 떨어지고 나서 두통과 함께 10분 이상 집중을 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었다. `리미트리스` 속 약 복용을 중지하면 죽는다.

평범한 당신이 약 한 알로 세상 누구보다 똑똑해 질 수 있다면 그 약을 먹을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 뇌 사진을 연구한 플로리다 주립대 인류학자 딘 포크 교수는 이 물리 천재의 뇌가 선천적 특성과 후천적 노력의 결과라고 믿는다.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여러 실험, 특히 오랜 세월 물리학 이론을 생각한 것이 뇌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죽기 전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를 더 오래 연구할 뿐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기 마련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