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조와 서비스, 함께 가야 할 경제의 두 축](https://img.etnews.com/photonews/1308/462739_20130809163119_395_0002.jpg)
지난달 정부가 서비스산업 종합대책을 내놨다. 오랜 숙제였던 교육·의료 분야 핵심규제는 이번에도 풀지 못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챙긴 관광 부문은 큰 진전이 있었다. 서비스산업 진흥의 중요한 첫걸음이다.
개발연대에 우리나라는 제조업 육성에 힘썼다. 정부지원이 제조업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규제가 적어 기업의 창의가 발현될 수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제조업에도 손톱 밑 가시가 남아 있지만 서비스업은 가시덩굴 그 자체다. 담당 부처가 서비스를 산업으로 보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의 영역`으로 인식해 온 결과다.
콜린 클라크는 산업을 1·2·3차로 분류했다. 지금도 주요 경제지표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 유용성은 떨어진다. 산업이 융·복합화되고 구분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간은 물론이고 제조업·서비스업 간에도 융·복합이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별·부처별로 쪼개 지원하는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 `칸막이 현상`에 대한 대통령의 질타로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중심으로 부처 간 협업이 확산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제조업은 지속적으로 전문화·고도화된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정보화를 추진한다. 그 결과 제조부문 고용은 감소될 수 있지만 자동화·정보화 산업의 고용과 부가가치는 증가한다. 걱정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디자인·설계·엔지니어링·연구개발·구매 등 제조업체가 담당하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의 `소프트화` 현상이다.
제조업과 제조 관련 서비스업은 같은 뿌리로서 구분하기도 어렵고 구분할 실익도 없다. 금융·의료·교육 등 제조업과의 연계가 약하면서 고용효과가 큰 `순수 서비스` 분야를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관광산업처럼 규제완화 대책이 시급하다.
산업 발목을 잡는 수준의 금융에도 긍정적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다만 이 부문이 전체 부가가치와 고용의 70∼75%를 점하는 제조업과 제조관련 서비스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처럼 과장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미흡하니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야말로 제조업의 소프트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착오다.
서비스 산업 육성에 주력한 결과 제조업 비중이 8%로 떨어진 영국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제조업의 성쇠는 관련 서비스에 그만큼 직접적 영향을 주고 순수 서비스 부문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제조와 서비스는 각국의 여건에 따라 구성에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 뗄 수 없는, 함께 가야 할 경제의 두 축이다.
정책 방향은 자명하다. 첫째, 제조·서비스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도록 시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규제철폐는 방향이 잡힌 것 같다. 민간이 감당할 수 있는 부문에는 민영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지원을 줄임으로써 조세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나 지원보다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착한 정책`이 속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서비스업의 각종 차별을 철폐하고, 산업지원은 인력·과학·기술 등 인프라 관련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1000개가 넘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부터 손대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인프라를 만들고 기업이 창조경제의 중심에 서야 경제민주화도 상생발전도 탄력을 받게 된다. 각 부처가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결국 관광의 사례처럼 대통령 주재 대책회의에서 등 떠밀려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 영역 지키려는 부처들의 태도로 보아 결국 대통령 주재 회의가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 jongkap.kim@siem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