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은 인터뷰 중 `애플(apple)`이라는 단어를 절대 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IT기업 애플을 거론해야 할 때는 `과일 회사(the fruit company)`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는 컴퓨팅 시장에서 공고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배력에 균열을 일으킨 애플에게 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됐다.
그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변화하고 있다. 자사 윈도 운용체계(OS)만 고집하며 똑같이 시장에서 겨루는 게 아니라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 맞춘 앱을 개발해 내놓으며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방향으로 자세를 한 수 낮춘 것이다.
줄리 라르손-그린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엔지니어링책임자는 최근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기기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요구에 관련 앱을 개발함으로써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기기는 물론 경쟁사의 기기에서도 독특하고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달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를 마치고 `소비자 경험 및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관련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 회사는 약 15종의 아이패드 앱과 20종의 아이폰앱, 10종의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했다. 노트필기 앱, 검색 앱을 비롯해 워드,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의 모바일 버전을 내놨다. 정식 버전으로 사용하려면 유료 구독을 신청해야 한다. 내달 iOS7이 적용된 아이폰에서 음성 비서 `시리`를 사용해 검색하면 마이크로소프트 검색엔진 `빙`으로 결과를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 변화는 컴퓨팅 시장에서 뚜렷하게 떨어지는 점유율에 기반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윈도OS는 스마트폰, 스마트패드(태블릿PC) 등을 포함하는 소비자 컴퓨팅 시장에서 2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인다. 안드로이드가 42%, 애플이 24%를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하고자 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다는 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재촉했다. 스마트패드 신제품 `서피스`의 경우 해당 시장에서 고작 3.7%를 점유하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윈도폰 OS를 적용한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3.2%에 그쳤다. 지난 달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는 지난 10년간 가장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가트너 분석가인 캐롤라이나 밀라네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전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리는 그들과 싸울 수 없다. 그러니 그들과 함께하겠다. 다만 우리를 다치게 하는 방식으로는 함께하지 않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