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03>강연자를 대하는 조직의 자세와 태도

직업상 많은 기업에 강연을 나가는 일이 많다. 강연을 부탁하는 전화 목소리와 이메일 내용, 강연 전 확인 전화, 차량 배차, 강연장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 청중의 반응, 강연 후 배웅 받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이 강연자의 기억에 남는다. 강연을 부탁하는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 상대방의 진심을 간파할 수 있다. 강연을 부탁하는 이메일의 내용을 봐도 강연자에 대한 예우와 강연을 요청하게 된 사연과 배경을 직감할 수 있다.

섭외자의 전화 목소리는 강연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낌으로도 알 수 있다. 얕보는지, 존경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강연장에 도착해 강연자를 대하는 담당자의 자세를 보면 그 회사의 분위기를 대략 알 수 있다. 문 앞까지 나와 강연자를 맞이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 예절 교육이 잘 돼 있는 회사고 강연자가 도착했는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헤매면서 어렵게 강연장을 찾아갈 때까지 방치해두는 회사는 고객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강연장에서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하면 얼마지 않아 청중의 반응에서 그 회사의 스트레스 강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웃지 않거나 별 반응이 없으면 최근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많다는 방증이다. 심각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을 본적이 없다.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강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연사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조직의 기본과 고객을 맞이하는 예의범절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무대에서 강연을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담당자가 강연료 영수증을 들이밀면서 주소, 주민번호 등을 적어 달라고 하는 조직을 보면 껄끄럽다. 반면에 강연자가 내려오면 조용히 VIP 대기실로 안내한 다음 영수증을 공손하게 처리하는 조직도 있다.

구성원 한 사람은 그 조직을 대변하는 얼굴이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은 그 조직의 분위기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