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벤처 창업 후 성장 지원도 중요하다

[미래포럼]벤처 창업 후 성장 지원도 중요하다

지난해 8월 코스닥기업 사장직을 마지막으로 20여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창업을 준비했다. 늘 그렇듯 생각만으로는 실천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창업에는 중요한 계기가 필요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MBA 수학 중 한정화 한양대 경영대학원장(현 중소기업청장)을 만난 것이 큰 사건이었다. 한 학기 수업이었지만 그의 벤처창업론은 정신없이 바쁜 현실 속에서 잠자던 나의 열정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늦기 전에 시작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6개월여의 준비와 주위의 도움으로 지난해 12월 바른소프트기술이라는 보안업체를 창업,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벤처기업은 혼자 힘으로 부족하지만 함께 꿈꾸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기술 중심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벤처 시작이 사람과 기술이지만 실제 창업 과정에서 중요한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자본이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아이템이 필요하다. 아이템은 그냥 하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템은 창업자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며 구체화하고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초기 제품은 아이디어 중심의 핵심 기능을 가진 것들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벤처에는 초기 프로토타입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시간 동안 버틸 정도의 초기 자금만 주어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시장에 내다 팔 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한 벤처는 그 뒤 어떻게 할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기술벤처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그 기술을 보증해 자금을 융통하게 해 주는 기술보증기금이 있다. 그곳에서 기업은 공식적인 벤처 인증을 받고, 제품 완성도를 높일 시간만큼 견디게 해줄 자금을 구할 수 있다.

제품을 완성하면 곧바로 팔 수 있을까. 아쉽게도 대부분 그렇지 않다. 제품을 완성하면 그 다음부터는 진짜 생존이 필요하다. 추가 자금도 필요하다. 다행스럽게 이때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제공하는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제품도 만들었고 영업도 시작했고 반응도 조금씩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특히 궤도에 오르기 전, 수많은 경쟁자와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면 곧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벤처의 현실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필수다. 투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제품을 수정 보완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성능과 기능을 갖춘 이른바 2.0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는 벤처가 정책자금을 추가로 받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시기에 주로 성패가 갈린다고 한다. 운에 달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

벤처투자자는 경영자의 눈으로 해당 기업을 보는 것이 아니다. 벤처조합 결성과 해산 시점,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본다. 장기적으로 보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얼마 전 벤처캐피털(VC)에서 펀드매니저를 하는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얘기로는 최근 조성되는 펀드는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정보기술(IT) 분야보다 결론을 빠르게 내는 영화나 대박을 터뜨리면 쪽박 10번의 손해를 상쇠시키는 게임에 집중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건전한 벤처투자로 보기 어렵다. 짧은 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자의 눈으로 회사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도 있다.

최근 고조된 창업 열기와 정부 중심의 창업 지원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창업 후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제 같은 다양한 후속 지원도 병행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박원규 바른소프트기술 사장 gwk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