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제인은 소파에 앉아 편하게 영화를 본다. 영화는 유튜브에만 공개된 1950년대 할리우드 고전이다. 한창 영화에 흠뻑 빠진 제인에게 오빠 스티브가 다가와 말한다. “나와, 이제부터 축구 볼 거야. 영화는 아이패드로 마저 봐.” 스티브가 자신의 스마트폰과 크롬캐스트를 연결하자 브라운관에는 흑백 영상 대신 공을 몰고 질주하는 호날두가 등장한다. 영화의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제인은 투덜대며 시선을 아이패드로 옮긴다.
구형 TV를 단숨에 스마트TV로 바꾸는 구글 크롬캐스트는 TV의 미래를 바꿀 `챌린저`다.
TV와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는 이 작은 장치는 35달러(4만원)로 인터넷 세상을 그대로 TV에 옮긴다. 기존 TV 제조사들을 제대로 `한 방` 먹인 이 기기는 TV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벤처비트가 크롬캐스트 이후 TV의 미래를 그렸다.
크롬캐스트가 가져올 미래 TV의 핵심은 `개인화`다. 개인이 콘텐츠를 선택해 그대로 TV에 연결한다. 스마트기기가 TV의 두뇌이자 리모컨이고 콘텐츠 공급자다. 방송국을 중심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을 뿌리는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은 퇴색한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제한된 방송국의 편성표 안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콘텐츠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제인이 고전 영화를, 스티브가 축구를 보듯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인터넷에 존재하는 다양한 동영상을 TV에서 즐긴다.
나만의 스마트폰을 꾸미듯 TV 역시 개인 취향을 반영한 독특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적용된다. 선호 채널을 편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신규 동영상 추천 서비스를 TV 시작 화면 맨 앞에 띄운다. 화려한 스킨도 적용하고 좋아하는 스타 사진을 배경으로 쓸 수도 있다.
기존 콘텐츠 생산자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브랜드 파워가 더욱 중요하다. 유력 케이블 업체의 황금 채널은 가치가 줄어든다. 더 많은 시청자에게 도달하려 케이블 업체에 많은 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다. 좋은 콘텐츠가 브랜드 파워로 이어지며 채널의 명운을 가른다.
TV 제조사는 더 이상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콘텐츠는 사용자 몫이다. 화면 크기와 해상도 등의 경쟁은 다시 본연의 하드웨어 기능으로 돌아간다. TV 광고 시장도 빠르게 모바일로 이동한다. 모바일에서 선택된 콘텐츠가 TV로 옮겨 온다. 콘텐츠 선택이 기준이 모바일인 만큼 모바일 동영상 광고가 대세가 된다. 타깃 광고 전략 역시 모바일에 담긴 개인 기록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세컨드스크린 시장도 개화한다. 스마트기기로 TV를 제어하는 크롬캐스트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스크린이자 인터넷 세상과 만나는 가장 편한 통로다. TV를 보며 스마트기기로 쇼핑하고 콘텐츠를 지인과 공유하는 세컨드스크린 시장이 크롬캐스트를 타고 보편화된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