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벤처의 상징인 테헤란로에 지금의 회사인 보안 소프트웨어(SW) 회사를 창업했다. 올 해로 만 13년을 꽉 채우고 14년째 접어들었다. 지난 13년을 돌아보면 창업 때 가졌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반복되는 좌절과 한없이 요구되는 인내심으로 자리를 바꿔 가는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왜 세계적인 SW 회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대한민국은 그 꿈이 헛된 것이라고 느끼게 하며 좌절감만 안겨 주었는가.
그 답은 한마디로 SW로 돈 벌 수 있는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으로 하드웨어(HW) 부문은 8개 품목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다. 반면에 SW 부문은 세계 100대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에 드는 기업이 3곳에 불과하고 패키지 SW 기업은 전무하다. SW 내수 시장 경쟁력이 취약하다 보니 글로벌 경쟁력도 낮다. 세계적으로 볼 때 SW 시장은 반도체의 3.4배, 휴대폰의 3.6배로 크다.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뒤처지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몇 년 전 애플이 SW·HW 서비스 융복합 모델인 `앱스토어`로 우리에게 큰 쇼크를 준 적이 있다. 이후 곳곳에서 SW 중요성이 강조됐다. 새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SW와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땅의 SW 기업인으로서 이번엔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는 연구 개발해서 생산한 SW로 돈을 벌고 그 돈을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 SW가 돈이 되려면 국내에서 SW 현실적 제값 주기가 시행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외산 SW 없이 자국 SW만으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그럼에도 국내 SW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1% 수준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제값 주기를 현실화해야 한다. 그것도 외산 SW보다 한없이 열악한 처우를 받는 국산 SW 제값 주기가 시급하다. 유지보수비도 글로벌 기업이 22%를 받는 반면에 국내 기업은 8% 수준이다. 그나마 있는 시장도 외산·국산으로 나누면 국산 SW 시장의 열악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최근 제 값 주고 SW를 구매하자는 분위기가 공공시장을 시작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국내 시장 전체에 확산해야 한다. 또 글로벌 마켓을 타깃으로 하는 외산 솔루션보다 국산 솔루션이 레퍼런스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일부러라도 써줘서 글로벌 경쟁력 있는 일류 SW로 거듭날 기회를 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시장이 커질 때까지 계속적으로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해외 경쟁사의 기술개발이나 시장 공략이 국내 SW기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OTRA가 `ICT·SW 중소기업 수출 지원 센터`를 설립했다. 중소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현실감 있는 수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6월 3일 출범 이후 애로상담 건수가 100여건 이상 접수 됐다. ICT 수출 유관기관 6곳(KOTRA·NIPA·KISA·NIA·소프트웨어산업협회·IT서비스산업협회)이 협력해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효율적이고 통합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어느 때 보다도 SW 중요성이 부각되는 지금,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각성과 노력이 현실화해 세계가 놀라는 또 한 번의 기적, SW 대국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영 테르텐 대표 young@terut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