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신(thin) 글라스 공정에서 손 뗀다. 스마트기기용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 공정이지만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불산 누출 등 사고 발생 가능성도 큰 이른바 3D 작업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체 생산을 포기함에 따라 국내 신 글라스 산업 구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대표 김기남)는 천안 공장 내 신 글라스 2개 라인과 인듐주석산화물(ITO) 코팅 라인을 삼성물산에 매각한다. 매각 금액은 6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양사는 이달 인수 계약을 마무리짓고, 다음 달부터 설비 이전 작업을 시작한다. 삼성물산은 설비를 수리·개조한 후 국내 신 글라스 전문 중견업체 솔브레인에 재판매할 계획이다.
신 글라스는 디스플레이 유리 기판에 불산 등 화학액을 뿌려 두께를 줄이는 핵심 공정이다.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고 빛 투과율을 높여 IT 기기 화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용 디스플레이를 제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정이어서 관련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초창기 신 글라스 공정을 직접 운영했지만, 최근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외주 업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천안 공장 내 5세대급 신 글라스 라인도 얼마 전부터 외부 업체에 위탁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장에서 잇따라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것도 신 글라스 라인 매각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은 불산 누출 등 유독물질 사고 발생 위험이 큰 라인은 외부로 이전하는 방침을 세웠다.
솔브레인은 삼성물산에서 인수한 신글라스·ITO 코팅 설비를 공주 공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연내 이전 설치 작업을 완료하고, 내년 1분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솔브레인은 이번 인수로 신 글라스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ITO코팅 라인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용 LCD 절연층 형성 공정뿐 아니라 TSP 센서 제조에도 쓸 수 있다. 그동안 솔브레인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TSP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인수한 ITO 코팅 라인은 5세대(1100×1300㎜)급으로 TSP 센서 가공에 많은 장점이 있다. TPK·윈텍 등 대만 TSP업체들도 초기 2~3세대급 LCD 라인을 개조해 쓰다가 최근에는 5세대급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설비는 신 글라스와 ITO 코팅 장비가 한 라인으로 구성돼 있어 분리 매각보다는 패키지 매각으로 방향을 정했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없는 생산 공정은 외부에 얼마든지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