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터치스크린패널(TSP) 전문업체 트레이스는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중국 원자재업체와 난데 없이 소송전을 벌이게 생겼다. 얼마전 일체형 TSP에 쓰는 글라스 공급업체 중국 혜주비야디전자로부터 불량품 비용 320만달러(약 35억원)를 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받았다. 글라스 불량이 많아 완제품 피해액 보상과 불량률 개선 등을 논의하던 가운데 갑자기 벌어진 일이다.
최근 국내 부품업체들이 싼 값을 좇아 찾은 중국 협력사들에 발등을 찍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중국 업체 원자재와 부품 의존율이 늘며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트레이스는 이번 소송으로 적잖이 당황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 직접 찾아와 불량품 반송과 피해액 보상을 논의하던 업체다. 대표가 직접 나서 중국 공장을 찾아 불량률 개선을 돕기도 했다. 회사는 맞소송으로 시시비비를 끝까지 가린다는 방침이다. 소송액은 불량 글라스로 인한 TSP 수율 하락, 기타 부품 손해 등 600만달러(약 65억원)가량 될 것으로 본다.
이외에도 중국 업체에 피해를 본 사례는 다양하다. 콘덴서 전문업체 성호전자는 약 2년 전 중국 업체가 만든 전해콘덴서를 사용하다 불량이 발생해 큰 손해를 봤다. 이에 해당 중국 업체는 오히려 자신들 제품이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밀어 소송까지 갔다. 하지만 결국 피해액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당시 불량 부품으로 인한 피해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전문업체 리뷰안테크는 PCB 공급업체 선정에서 중국 업체는 아예 배제했다. SSD 성능에 미세한 불량 등을 발생시키기 쉬운 PCB를 보다 신뢰성이 높은 국내나 대만 업체에서 공급받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로부터 피해를 보는 경우는 대부분 불량품 때문이다. 대량 생산으로 제품 단가를 낮추는 중국 원자재업체들 중에는 제품 신뢰도가 낮은 업체도 상당하다. 이들은 이후 불량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중국 내에서 소송으로 이어질때 자국 업체 보호를 내세워 중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중국 업체 의존율은 높아지고 있다.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샘플 품질만을 믿고 거래하지 말고 보다 신중하고 꼼꼼하게 확인해야한다”며 “계약서에 불량이 발생했을 때의 피해 보상과 물품 대금 지급에 대해 정확히 명시해 이후 손해나 소송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