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IT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혁신을 만들어 낸 기업은 산업지형을 바꾸며 비상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끝없는 추락을 맛본다. 수많은 기업이 혁신을 찾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한다.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구현하기만 한다면 비용과 시간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혁신을 찾는 과정에 효율을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어도비가 시행 중인 `킥스타트(KickStart)`에 힌트가 있다.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다`
킥스타트의 목표는 명확하다. 스타트업의 감성을 대기업에 심는 것. 방법은 내부에서 찾는다.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킥스타트의 대전제다. 그래서 어도비는 킥스타트 참가자를 `혁신가`라고 부른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구체화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세공할 구체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킥스타트를 시작한 마크 랜달 어도비 최고전략책임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부문 부사장은 “킥스타트는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발전시켜 실제로 시장에서 `통하는` 아이디어로 만드는 전 과정을 집약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최근에는 인도에서도 시행한다. 참가자는 50~100명 규모로 매달 2회가량 진행된다. 킥스타트는 다양한 정보제공과 실습이 중심이다. 진행 기간 동안 이메일이나 휴대폰 사용도 제한한다. 워크숍이 끝나면 6주 동안 참가자는 자신만의 혁신 프로젝트 실행에 돌입한다. 6주간 최소 30시간 이상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다.
◇혁신, 어떻게 만들어지나
모든 참가자는 시작과 함께 빨간 상자를 하나씩 받는다. 빨간 상자는 일종의 엔젤 투자자다.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상자 안에는 총 6단계의 프로세스가 있다. 제 1단계 `개시(Inception)`에서 참가자는 혁신 개념과 철학을 배우며,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제 2단계는 `아이디에이션(Ideation)`이다. 참가자는 각종 아이디어가 담긴 책자를 받는다. 처음에는 나쁜 아이디어였지만 좋게 발전한 것들로 아이디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막기 위해서다.
랜달 부사장은 “새로운 아이디어 대부분이 처음에는 나쁜 아이디어로 보일 뿐더러 초기 단계에서는 좋고 나쁘고를 구분하기조차 힘들다”며 “중요한 것은 나쁜 아이디어를 빠르게 좋은 아이디어로 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3단계 `향상(Improve)`에서 참가자는 아이디어의 장점과 차별성을 정의하고 및 주 고객층을 압축한다. 아이디어는 매일 점수로 평가된다. △고객 가치 △어도비 가치 △비즈니스 건전성 및 위험성 등이 반영된다. 4단계 `조사(Investigate)`에서는 고객 웹사이트 방문으로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고객 수요를 충분히 반영했는지, 고객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반응하는지 파악한다. 추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간부 앞에서 발표도 해야 한다. 5단계에서는 보완점으로 꼽힌 가정을 `반복(Iterate)` 테스트한다. 6단계는 `침투(Infiltrate)`다. 최종 선정을 위해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일 다양한 데이터를 마련해야 한다. 아이디어의 장단점과 고객 행동, 가정 분석이 필요하다. 우수 아이디어는 어도비가 회사 차원 프로젝트로 발전시킨다.
흥미로운 것은 각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1000달러(약 111만원)짜리 신용카드다. 참가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곳에 이 카드를 사용한다. 1000달러가 책정된 이유는 테스트에 필요한 초기 자본금으로 가장 적합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빨간 상자 속 여섯 단계를 모두 완료하면 파란 상자가 상으로 기다린다. 파란 상자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내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파란 상자를 획득하는 것이다.
랜달 부사장은 “참가자들은 킥스타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놓고` 피드백을 `받고` 그 아이디어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어도비는 이를 `빨리 실패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킥스타트가 지향하는 것은 `반복적 경험을 통한 혁신`”이라며 “혁신을 위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면 실패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킥스타트, 또 하나의 `혁신`
킥스타트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킥스타트 시행 전에는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성 효과 측정을 하는 아이디어가 1년에 평균 20여개에 불과했다. 또 조사 과정에 최대 수십억원이 소요됐다.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사업타당성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는 것 역시 예산과 인력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어도비는 킥스타트로 아이디어 발굴 과정에서 또 다른 혁신을 이뤘다. 킥스타트 시행 3개월 만에 250개 아이디어 중 10개의 아이디어가 최종 단계를 통과했다. 어도비는 이 아이디어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업그레이드해 세상에 선보인다.
킥스타트에 참가한 직원 만족도도 높다. 킥스타트가 어도비의 혁신적 기업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는 반응이다. 어도비도 킥스타트를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신속하게, 더 많은 혁신의 싹을 틔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가장 큰 효과는 회사의 자산인 직원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킥스타트 6단계 요약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