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05>달과 6펜스: 달빛에 홀려 6펜스를 버리다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기 때문에 몸담고 있는 직장과 사랑하는 가족을 버리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향해 홀연히 떠난 런던의 주식 중개인 스트릭랜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호텔방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그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아간다. 마침내 파리를 떠나 화가 고갱이 작품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에 안착, 비로소 예술적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스트릭랜드에게 타히티는 평생을 그리워했던 꿈의 목적지였으며, 예술적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해주는 원시적 야생의 사유지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나병에 걸려 손가락이 문드러지고 시력마저 완전히 상실하는 고난을 겪게 된다. 앞을 볼 수 없는 스트릭랜드는 볼 수 없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을 그리워하면서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운다. 그가 현실 세계를 떠나 영혼이 이끌리는 세계로 과감하게 떠난 것은 윌리엄 서머싯 몸(1874~1965)의 책 제목, `달과 6펜스`에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다. 달은 쉽게 도달할 수 없지만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 영혼이 이끌리는 미지의 세계이자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꿈의 목적지다. 이에 비해서 6펜스는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작금의 현실이다.

스트릭랜드는 결국 6펜스 대신 달을 따라 현실을 버리고 과감하게 이상을 향한 발걸음을 택한 것이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6펜스의 세계와 마음의 눈이나 영혼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달의 세계는 언제나 현실에서 긴장관계를 이뤄나간다. 달빛의 강렬함에 6펜스는 녹아 없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6펜스의 세속적 물욕에 달빛은 아예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분은 지금 달을 지향하는 삶을 위해 도전적인 인생을 살고 있나요? 아니면 6펜스가 지배하는 세속의 세계에 안주하고 있나요?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