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은 조선시대 제주의 거상(巨商)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여성 CEO다. 우리에겐 2010년 방영된 드라마 `거상 김만덕`으로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육지와 제주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했던 조선시대. 김만덕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날카로움과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는 섬세함으로 제주 거상이 됐다. 조선시대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사회적으로나 여성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만덕은 자신의 신분과 시대적 편견을 극복하며 거상으로 성공했다. 훗날 제주 여성 최초로 한양(서울)에 올라와 임금(정조)을 알현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그만큼 여성으로서 김만덕이 이뤄낸 업적은 대단한 것이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전 역사를 통틀어 봐도 여성이 주류(主流)였던 시대는 많지 않다. 그래서 여성은 생존을 위해 더욱 예민하고 통찰력 있게 발전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사회에 동화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면서 좀 더 창의적 변화를 꾀하는 과정으로 `여성의 섬세함`이 진화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여성의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 분야는 문화콘텐츠산업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은 이른바 `뜨는 산업`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문화콘텐츠산업은 연평균 5.8%씩 성장했다. 수출액은 연평균 24.8%씩 성장했다. 타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는데, 문화콘텐츠 수출이 1%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IT제품 수출액은 0.032%, 의류제품 수출액은 0.0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분기 국내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 대비 영화산업 매출은 10.6%, 음악(공연)산업은 16.7%, 애니메이션은 1.4% 증가했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조합도 70개로 전체 투자조합의 17%를 차지한다. 이렇게 문화콘텐츠산업은 정부의 강소기업 육성정책과 맞물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의 주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여성이다. 문화콘텐츠기업에는 이른바 `기센 여자`가 많다. 기센 여자는 여성의 섬세함을 업무에 적용해 깐깐하고 완벽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해내는 여성을 일컫는다. 문화콘텐츠 분야는 여성과 남성의 업무 경계에 고정관념이 거의 없고,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문화가 가진 감성적 영역이 여성의 섬세함과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 변화를 이끌 수 있어 다른 어느 산업보다 많은 여성이 진출해있다.
문화콘텐츠 사업은 대중 정서를 이끌고 감성을 자극하는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산업이다. 그만큼 최고에 이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배급·수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면 늘 첫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 매 작품이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99%의 노력을 하고 1%의 천운(天運)이 따라줄 때 비로소 `대박`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꾸준하게 축적된 자신만의 동물적 감각이 바탕에 있어야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콘텐츠산업에서는 근무연차가 오래된 여성일수록 빛을 발한다. 대기업도 문화콘텐츠 분야에는 여성 임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여성 CEO와 전문직 여성을 쉽게 발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여성의 취약한 부분도 있다. 대개 실력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관계적인 부분이 중요시된다.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과 관련된 부분이다. `밀당`은 사우나 의리와 함께 돈독해진다고 말한다. 사우나 의리를 만들 수 없다보니 아무래도 소통에 있어서 더디거나 서툴 수밖에 없지만 이런 불편함을 넘어선 소통의 창구를 찾아낸다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은 다양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여성에게 더 많은 가치창조의 기회와 실력 발휘의 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남자다. 하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려낸다면 더욱 현명하고 지혜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강선영 에스와이코마드 대표(여성벤처협회 이사) ceo@sycoma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