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끌어온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이 내년에도 추진되지 못할 전망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새해 예산안에 사업 예산 반영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필요성이 제기된 국가재난망 구축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국민 안전이 여전히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됐다. 사업 연기에 따른 안전 공백을 메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재난망 예비타당성 결과 발표가 당초 계획보다 석 달가량 늦은 9월 중순으로 미뤄진다. 당초 늦어도 6월까지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반기를 훌쩍 넘기게 됐다.
재난망 구축 사업은 예비 타당성 결과를 통과해야 예산편성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9월 중순에 예타 결과가 나오면 최종 기술방식을 선정하는 등 절차가 남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내년 예산안 반영이 불가능하다.
재난망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 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타당성 결과를 도출할 만한 데이터 수집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 정부와 보충작업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8월까지 결론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 역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장한 안전행정부 재난망사업추진단장은 “워낙 우여곡절이 많은 사업이다 보니 정밀하게 살필 필요가 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 측면이 있다”며 “KDI로부터 결론이 나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최대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난망 로드맵이 연기되면 당장 노후장비를 운용하는 기관과 지자체는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그동안 재난망 사업과 연계를 이유로 노후장비 교체 등 관련 사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물론이고 경찰, 소방 등 재난필수 기관조차 통신망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전자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찰은 내구연한이 지났거나 곧 도래하는 노후 통신장비를 쓴다. 2010년 재난망 사업이 재추진된 시점부터 교체 타이밍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업 타당성이 확인되면 범정부추진체계를 만들어 본 사업을 추진하고 만약 타당성 확보에 실패할 때에는 노후장비 교체사업 제한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다.
재난망 사업 참여를 타진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재난망 사업이 계속 미뤄지면서 사업체는 물론이고 경찰, 소방 등 일선 현장에서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노후 장비를 방치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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