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무역규제 전담 기구 설치 시급

기술무역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 세계 무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무역협정(FTA) 확산으로 세계 시장이 단일화 하면서 기술 규제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이른바 `기술 보호주의`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퍼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우리 대응력이 경쟁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TBT는 기술 특성을 이용해 다른 나라 제품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일컫는다. 인증과 기술 표준화가 대표적이다. 유독·유해물질, 포장·자재, 상표·라벨 규제도 많다. 분쟁국가가 생산한 광물, 이른바 분쟁광물을 규제하는 것처럼 과거엔 없던 규제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그간 대표적인 TBT 피해국이었다. 전기전자를 중심으로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일방적인 피해는 많이 줄었다. 되레 우리 기술 규제로 인한 피해를 선진국이 호소하는 일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 사례가 더 많다.

특히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자국 기술과 제품의 유입을 경계하는 세계 각국의 기술 규제에 맞서 황당한 규제도 서슴지 않는다. 그 피해를 우리 기업들이 많이 본다. 특히 정보도, 자금과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그렇다. TBT는 한중 FTA 협상의 핵심 쟁점인데도 이렇다 할 전담 기구도 없다. 기술표준원이 TBT 중앙사무국과 통합정보사이트를 운영하지만 여러 부처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분쟁에 대응하기에 인력도 역량도 역부족이다.

TBT에 대응하려면 기술 외교력과 민관 공조가 있어야 한다. 둘 다 구멍이 많다. 기술에 정통한 통상 전문 관료가 드물다보니 기술 외교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다. 또 민간과 정부가 따로 놀아 대응 시기를 놓쳐 화를 키우기도 한다. 당장 여러 부처 사안을 조정할 전담기구를 둬야 한다. 그래야 정보 수집과 대응력이 커진다. 자연스레 전문 관료를 양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 전문가의 도움을 실시간으로 받는 민관 공조 체계를 빨리 갖춰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기는지 몰라 넋 놓고 있다가 당하는 황당한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