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국민이 진정 원하는 창조경제는

[ET칼럼]국민이 진정 원하는 창조경제는

청와대 2기 인사가 있었다.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최측근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핵심 수석을 교체했다. 인사가 있을 지 아무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또 한 번의 깜짝 인사였다. 그것도 출범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전격적인 교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비서실장과 미래전략수석 교체카드였다. 인사 발표 당시 비서실장 인사 관련해서는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미래전략수석 교체는 더욱 의외였다. 애초 정보기술(IT) 전문가일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외국 생활을 해 국내 실정에 어둡다는 지적에도 `가장 적임자`라며 신뢰를 보냈었기에 더욱 이해하기 힘든 인사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다른 비서진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자 미래창조과학부 등 부처에서 진화에 나섰다. 창조경제라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최 수석도 조만간 자리를 제대로 잡을 것이니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까지 했던 참이다.

창조경제는 몇 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처럼 어디에나 있어야 하는 어젠다다. 정부가 추진하는 어떤 정책이든 창조경제가 보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야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시대의 실현이다. 창의성이 경제 핵심가치인 세상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함으로써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아가 중소·벤처기업 창업이 활성화하고 중소·대기업 간 상생구조가 정착돼 일자리 창출형 성장이 선순환하는 경제를 말한다.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상상력과 창의력이라는 말은 구체화하기 쉽지 않다. 단어 자체가 계량화하기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다분히 정성적인 개념을 구체화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실험을 반복하고 경험하면서 하나하나 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 어젠다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5년 임기 안에 결실을 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과욕은 무리수를 낳고 결국 불행을 초래한다. 이번 정부는 창조경제가 은은한 향기처럼 남아 다음 정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드는 역할로 충분하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창조경제는 비판론에 시달려야 했다. 추상적인 개념인데다 시간이 지나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계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새로 임명된 미래 수석의 책임이 막중하다. 창조경제의 총대를 메야 하는 미래부도 바빠졌다. 미래부는 구체적인 창조경제 성과로 볼 수 있는 `꺼리` 만들기에 나섰고 순차적으로 분야별 실행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민이 정부에 진정 바라는 창조경제는 무엇일까. 세금을 늘려 복지를 증진하는 일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창조경제보다는 기업과 국민이 돈맛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정부 말마따나 중소·벤처기업 창업이 활성화하고 대중소 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이다. 지나간 정부에서도 수 없이 강조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이런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것은 돈이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금융정책을 뜯어 고쳐야 돈이 돌고 비로소 창조경제가 시작된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