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정욱]승차공유에 재미를 더하다 `리프트`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의 출사표=지난 18년간 종이·인터넷 신문과 포털 등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일하며 한국과 일본, 미국의 인터넷 업계를 두루 경험했다. 지금도 종이 신문에서 소셜미디어까지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분장으로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회사들을 소개하고 싶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정욱]승차공유에 재미를 더하다 `리프트`

분홍색 콧수염을 단 리프트 택시.<사진출처:유튜브>
분홍색 콧수염을 단 리프트 택시.<사진출처:유튜브>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정욱]승차공유에 재미를 더하다 `리프트`

리프트(Lyft)는 최근 유행하는 공유경제 모델을 차용한 `승차공유(Ride-sharing)`서비스다. 기존 서비스와 다른 점은 회사가 보유한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로 등록한 회원의 차량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기사로 등록한 사람은 유휴 차량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고 손님은 청결하고 친절한 리프트 택시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현재는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시카고, 보스턴, 샌디에이고에 진출했다. 이번 달 8일, 서비스 이용 100만 번을 돌파했다.

-정진욱(전자신문 글로벌뉴스부 기자)=공유경제에 아르바이트 모델이 섞인 서비스다. 이용방법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임정욱(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쉽다. 앱을 다운받아 간단한 등록절차를 거친다. 리프트 기사가 되려면 드라이버 모드에서 보유 차량과 면허를 등록하고 승인받는다. 고객은 앱을 다운받아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한다. 필요할 때 앱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위치를 파악해 가까운 리프트 택시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는 기사와 차량 사진, 예상 도착 시간, 별점 평가 등 구체적이다. `운전사 부르기` 버튼을 누르면 몇 분 안에 분홍색 콧수염을 단 리프트 택시가 도착한다.

-정진욱=기사 등록이 쉬운 건 좋은데 손님 입장에선 무작정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는 건 위험하다. 기사를 어떻게 검증하나.

▲임정욱=차량과 면허만 있다고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운전경력 3년 이상에 23세가 돼야 대상이 된다. 무사고 경력, 범죄 유무 등도 철저히 확인한다. 사고를 대비해 보상보험도 가입했다. 미리 해당 기사를 겪은 사용자의 별점 평가도 활용한다. 검증은 비단 기사만이 아니다. 페이스북 연동으로 기사 역시 고객이 평소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정진욱=리프트가 택시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임정욱=우리나라에선 택시가 흔하지만 미국은 아니다. 택시 잡기도 어렵고 막상 타도 청결하지 못하고 기사도 불친절하다. 게다가 요금도 비싸다. 내릴 땐 팁도 줘야 한다. 리프트는 이런 단점에서 기회를 찾았다. 이용금액은 일반 택시의 80% 수준이고 팁도 없다. 차량은 깨끗하고 기사는 친절하다. 문제 해결의 여지가 큰 시장이었다.

-정진욱=로켓인터넷의 `이지택시` 등 앱으로 주변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는 많다. 차이점은.

▲임정욱=두 가지다. 이지택시는 공급자가 실제 택시로 한정된다. 리프트는 차량을 가진 시민이 유휴 시간을 이용해 아르바이트 할 수 있다. 수요자가 언제든 공급자가 된다. 더 큰 차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상당수가 생계가 아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재미에 리프트 기사가 된다. 승객도 마찬가지다. 여행객이라면 편리한 택시 서비스에 더해 현지인과의 유쾌한 대화시간을 얻을 수 있다. 리프트 자체가 하나의 네트워킹 공간이다.

-정진욱=승차공유 서비스란 슬로건을 걸고 있지만 사실상 택시다. 규제가 있진 않나.

▲임정욱=사실 이 문제가 가장 크다. 요금을 받으면 택시로 분류돼 규제를 받는다. 리프트도 이를 알고 시작했다. 현재는 `기부` 방식으로 교묘히 규제를 피하고 있다. 리프트 기사에게 승객은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한다. 말만 바꾼 거지만 현재까진 이런 식이다. 리프트는 택시가 아닌 승차공유 서비스이기 때문에 규제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규제당국은 입장이 다르다. 리프트 등장으로 타격을 입은 택시 업계도 규제를 주장한다. 이런 불확실성이 리프트가 풀어야할 숙제다. 다행히 언론은 리프트를 지지한다.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규제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정진욱=규제 이슈는 차치하고 리프트가 성공하고 있는 원동력은.

▲임정욱=재미있는 경험을 통해 리프트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일단 모든 리프트 택시는 분홍색 콧수염을 단다.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는 콧수염 단 택시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한다. 기사와 손님은 만나면 주먹으로 가볍게 하이파이브하고 이동하면서 계속 대화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네트워킹 파티도 연다. 기사든, 승객이든 누구나 참여해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리프트를 중심으로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서비스에 소소한 재미를 더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정진욱=리프트의 향후 성장 가능성은.

▲임정욱=규제 이슈를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매우 높다고 본다. 웬만한 대도시에는 모두 진출해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서비스도 다양화할 수 있다. 미국은 도심이 아닌 교외에 사는 사람이 많다. 대형마트도 모두 외각에 있다. 공항도 택시가 아니면 접근이 힘들다. 장거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정진욱=한국 스타트업도 리프트 모델을 시도해 볼만한가.

▲임정욱=국내도 똑같이 규제가 문제가 될 거다. 리프트처럼 난관에 맞설 용기가 있다면 해볼 만하다. 시장은 충분하다. 국내는 미국보다 택시가 더 대중적이다. 관광 수요도 많다. 외국인을 위한 택시 서비스 등 콘셉트를 다양화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정진욱=국내 서비스에서 주의할 점은.

▲임정욱=신뢰가 중요하다. 국내에선 별점보다 좀 더 자세한 기사 평가가 필요하다. 구체적 상황에 따라 믿을 수 있는 기사를 소개하는 모델이 유용하다. `여성이 늦은 밤 귀가할 때 추천하는 기사` 등 세분화된 평판 제공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 서비스 안전을 강조하는 마케팅도 나서야 한다. 리프트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좋은 사용자 경험을 스토리로 전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진욱=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다음 투자 팀에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프트 모델을 구현한 국내 스타트업을 추천할 의향은. 개인적으로 투자할 생각도 있나.

▲임정욱=국내에서 규제 이슈가 풀린다면 추천할 확률은 80% 정도다. 개인적으로 엔젤투자를 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한다면 충분히 생각 있다.(웃음)

-정진욱=리프트 성공에서 배울 점은.

▲임정욱=콧수염을 단 택시는 모두가 궁금해 한다. 하이파이브로 스킨십을 유도하고 요금을 내는 행위는 `기부`로 포현했다. 네트워킹 파티로 커뮤니티 문화도 만들었다. 이런 부드러운 접근은 배울 만하다.

임정욱 부문장이 평가한 리프트

리프트 현황

자료:크런치베이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김미성 인턴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