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부품소재전문투자조합`…2010년 이후 신규 결성 끊겨

부품·소재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부품소재 전문 투자조합` 제도가 2010년 이후 새로운 조합을 배출하지 못하며 유명무실해졌다. 지난 2002년 출범 후 10년이 지나면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이 `KoFC-KDB 부품·소재투자조합1호`를 결성한 이후 신규 부품소재 전문 투자조합 명맥이 끊겼다. 은행이나 신기술금융사가 아닌 창업투자사의 부품소재 전문 투자조합 결성은 10년 넘도록 전무하다.

부품소재 전문 투자조합은 지난 2002년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거해 도입됐다. 민간 투자기관과 정부가 공동 출자해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조성한 자금의 51% 이상을 부품소재전문기업에 투자한다. 정보기술(IT), 바이오,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순수 제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도입 초기인 2000년대 초중반에는 옛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기반기금으로 예산을 지원했다. 2002년 2개, 2004년과 2005년 각각 1개씩 신규 조합이 결성되며 부품소재 전문 투자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제도 도입 11년째에 접어든 지금은 필요성을 의심할 정도로 부실화했다. 2010년 이후로는 산업은행이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조성한 투자조합 외에는 결성되지 않았다.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KITIA)에 따르면 현재 신규 결성 움직임이 구체화된 곳도 없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 투자조합 지원책이 모태펀드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창투사들이 `창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창투사들은 `부품소재전문기업` 투자에 제한된 부품소재 투자조합 대신 다양한 중소·벤처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창업·벤처 투자조합을 선호했다. 산업기반기금 투입이 중단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KITIA와 중소기업청이 투자조합 등록·관리 업무를 담당하지만 신규 결성을 유도하는 기능이 없어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도 낮다. 이 때문에 일반 창업·벤처 투자조합과 달리 창투사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수요기업도 조성할 수 있다는 부품소재 투자조합만의 장점을 못 살리는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품소재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결성 주체 폭이 넓다는 부품소재 투자조합의 역할과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하반기 수립할 제3차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을 통해 제도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부품소재전문투자조합 결성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길 잃은 `부품소재전문투자조합`…2010년 이후 신규 결성 끊겨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