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08>장난은 원래 작란(作亂), 난동(亂)을 일으키는(作) 행동이다

`장난이 아니다`는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의미다. 지금 하는 말은 그냥 헛소리가 아니고 진심으로 생각해서 말하는 거니까 그렇게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장난으로 하지 않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근엄하게 일을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까? 장난을 치면 “너 지금 장난하는 거냐”라고 되묻는다. 노는 듯 하면 “놀고 있다”는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장난은 원래 작란(作亂), 즉 난동을 일으킨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장난치고 노는 가운데 재미있고 즐거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경우가 많다. 모든 창조성은 장난치고 노는 가운데 발견되는 광맥에서 유래된다. 심각한 사람은 아이디어가 별로 없다.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유니폼을 입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업무를 보고 엄격한 규율과 질서 속에서 숨 막힐 것처럼 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여기서 전대미문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을까?

조금 몰상식하거나 비정상적이며,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그것도 아이디어냐? 너는 뇌가 있는 사람이냐?”는 비난을 받는다면 누가 아이디어를 낼까.

놀이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꾸는 모든 행위를 지칭한다. 반면에 일은 낯선 것을 지금까지 해왔던 익숙한 방식으로 바꾸는 틀에 박힌 행위를 지칭한다. 놀면 재미있고 신나지만, 일을 하면 하기 싫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일하면서 장난을 치고 놀면서 일을 하면 야단을 맞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즐겁고 신나는 아이디어 놀이를 할 수 있을까?

장난을 통해 난동을 일으켜야 기존 질서를 넘어서고 지금까지의 관행을 파괴해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 수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아가 많아야 이전과 다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문제아는 단순한 말썽꾸러기가 아니라 답습해온 관행과 습관적으로 행해오면서 길들여진 고정관념과 타성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창조적 파괴를 즐기는 진정한 이단아적 창조자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