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불공정 관행 해소하는 표준계약서 돼야

[ET단상]불공정 관행 해소하는 표준계약서 돼야

최근 정부가 방송영상산업의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과 방송영상 제작·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를 제정, 보급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불공정한 방송시장을 바로잡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원칙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독립제작사의 발전은 공정한 거래환경에서 시작된다. 특히 방송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제는 방송사업자 중심에서 방송콘텐츠가 중요시되는 시대로 바뀌었고, 콘텐츠가 바로 경쟁력임을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시장도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개편돼야 하는 것은 필연이다. 더욱이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오늘날 국가의 화두로 떠올랐고 그것은 바로 선진경제의 시작으로 대기업의 도덕성을 엄중히 요구하고 있다.

방송 외주시장은 20여년간 방송사의 막강한 권력으로 인해 방송사가 제시하는 일방적인 계약서로 계약하는 불공정한 관행이 계속됐다. 이에 독립제작사협회는 수년간에 걸쳐 정부에 방송 외주계약서의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방송사의 비타협적인 자세로 지금껏 개선하지 못한 채 외주제작 환경은 더욱 왜곡되고 방치됐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부가 방송사 위주의 일방적인 계약서를 개선해 우여곡절 끝에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는 것은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표준계약서 보급은 방송콘텐츠 외주제작 시장 환경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세우는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상생과 공정경쟁의 구조를 외주제작에 뿌리내리게 만들 작업이란 점에서 기대도 크다.

이번에 제정한 표준계약서는 많은 부분에 있어 계약 내용을 독립제작사와 방송사 당사자 간의 협의 과정을 거쳐 이뤄지도록 만들어졌다. 지금껏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일방적 계약관행에 비춰 보면 획기적인 개선이라 할 수 있다.

계약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작권이다. 저작권 부분에는 `방송사와 제작사 각각의 제작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이 인정되며, 원활한 유통 활성화를 위해 어느 일방에 이용허락 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고, 또 기여도에 따라 권리배분 계약을 체결하거나 권리를 귀속하고, 그에 대한 수익배분 계약 또는 적절한 대가 지급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 협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방송시장의 슈퍼 갑인 방송사와 절대적 약자인 제작사 간에 협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먼저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직도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독과점 환경은 변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한 환경에 대한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지난 2004년 방송위원회 주관으로 방송 3사와 독립제작사협회가 합의해 마련한 `외주제작 표준계약 가이드라인`이 휴지조각이 돼버린 전례가 있기 때문에 더 깊게 느껴진다.

표준계약서의 전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는 건전한 저작권제도의 확립과 외주제작사 선정의 투명성 제고, 계약의 성실한 이행 등 외주제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구절이다.

이제 표준계약서는 만들어지고 시행됐다. 어렵게 합의해 만들어진 만큼 양 당사자가 특히 방송사가 공정한 거래환경과 외주제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정부는 표준계약서가 잘 이행되고 지켜지는지 정기적인 모니터링 활동 등을 통해 감시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정영화 독립제작사협회장·사계절비앤씨 대표 j4971000@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