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및 부품업계에 48V 전기시스템 개발이 화두로 떠올랐다. 차세대 스마트카와 전기동력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장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기존 12V 전기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추세는 유럽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BMW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빠르면 2015년부터 48V 전기시스템을 도입한 차량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최근 48V 전기시스템에 대한 규격을 수립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8V 전기시스템이 중요해진 배경은 능동형 안전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스마트카 기술이 확대되면서 차량 내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아우디 `A8`의 요구 전력은 90년대 중반 1.8kW에서 현재는 2.5kW 수준으로 40%나 증가했다.
하지만 30여년 전에 수립된 12V 전기시스템으로는 증가하는 고출력 전장 부품들을 구동하는데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컨버터, 제네레이터 등 전원 및 공급 관리 부품을 48V 시스템에 맞게 재설계하고 있다. 독일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은 최근 48V 전기시스템을 적용한 `에코 드라이브` 시험차를 완성했다.
이와 함께 연비 개선을 위해 보조 전동장치를 탑재하는 기술이 확산되면서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중요해졌다. 48V 전기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존 12V 시스템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을 쉽게 높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고출력 전장 부품을 활용해 연비를 15% 이상 개선할 수 있는 배경이다.
강산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차세대 스마트카와 친환경차에 대응하기 위해 48V 전기시스템 개발과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이 48V 전기시스템과 부품 개발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선행연구 조직인 남양연구소를 통해 48V 전기시스템 도입을 위한 시장 조사 및 기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48V 전기시스템을 지원하는 부품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에 비해 개발 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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