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TV방송을 보며 두메산골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다. 국산 휴대폰 점유율이 무려 95%,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1위다. 이런 나라임에도 부끄러운 게 하나 있다. 앞선 ICT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방송, 컴퓨팅 장비를 외국에 거의 의존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관련 산업을 키워도 부가가치가 덩달아 커지지 않는다. 이래선 명실상부한 ICT 강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
정부가 2017년께 세계 5대 생산 강국을 목표로 ICT 장비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기획부터 연구개발, 사업화까지 대대적인 혁신과 산업 생태계 구축을 꾀할 방침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사실 쉽지 않은 목표다. ICT 인프라나 단말기와 달리 장비 산업을 짧은 기간에 육성할 수 없다. 오랜 기술력과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력이 오랜 미국과 유럽, 일본 장비업체가 시장을 계속 독점하는 이유다. 더욱이 우리 장비 기업은 정부와 수요 기업의 외면 속에 거의 씨가 말랐다.
세계 ICT 장비 시장의 신흥 주자로 떠오른 중국에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보호 속에 짧은 시일에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악조건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와 달리 통상 문제로 외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시장도 작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쉽지 않다. 이를 딛고 ICT 장비 산업을 키우려면 더욱 정밀한 정책을 펴야 한다.
수요자인 ICT 기업들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상 정책의 시작과 끝이다. 수요 기업은 품질만 담보된다면 과감하게 국산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장비업체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가능하다. 좁은 시장은 해외 진출로 벌충해야 한다. 중국 장비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인프라에 장비를 공급한 `레퍼런스`는 힘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수요 기업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잘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