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1995년 봄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학구적 논쟁과 토론으로 우정을 쌓아나간 둘은 당시의 기계적이고 초보적인 인터넷 검색 툴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연관성과 중요도를 반영하는 검색 엔진을 개발했다.
이들은 이 도구가 `돈이 될 것`이라거나 `사업화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학구적 호기심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후 야후를 설립한 같은 학교 출신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 등 선배 창업자들의 조언과 창업을 장려하는 스탠퍼드의 분위기, 안목과 실력 있는 벤처캐피털사의 도움으로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IT 기업을 일궈냈다. 바로 구글이다.
한 영화사의 IT 부서였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픽사, 망해가는 프로젝트를 살리려다 우연히 만들어진 트위터, 백과사전 광이 만든 위키피디아,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꿈꾸다 만든 그루폰, 인터넷에서 명품 끌로에 청바지를 찾을 수 없자 시작한 네타포르테, USB를 가져오지 않아서 생각해낸 드롭박스… 모두 현재 해당 분야에서 당당히 한 몫을 하는 디지털 기업이다. 혁신적 사고로 급속한 성장을 일궜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된 디지털기업`에는 큰 성공을 거둔 유명한 디지털 기업 25곳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게 된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이 기업들의 창업자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는지를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성장 과정과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두루 담았다. 저자의 폭넓은 조사, 설립자와의 독점 면담을 통해 각 회사의 굴곡 있는 성장 스토리를 풍부하고 상세하게 얘기한다.
언론을 살펴보면 디지털 비즈니스 성공담이나 젊은 억만장자에 대한 기사가 넘쳐난다. 한국 사회에서도 창업은 뜨거운 이슈다. 박근혜 정부가 우리 경제의 미래라고 주장하는 `창조경제`에서도 젊은이들의 창업이 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창업도 쉽지 않고 유지는 더더욱 어렵다. 성공하는 기업은 극히 소수이며 실패는 용인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여러 번의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잘 갖춰진 벤처캐피털 시스템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환경이다.
창업자의 용기와 도전정신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는지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각 기업 사례를 간략하면서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성공사례 속에 담긴 기본 원칙은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공통적인 부분이다. 업종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가들이 읽고 배울 점이 있다. 소개된 기업 대부분이 우리나라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켜준다. 무엇보다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비즈니스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
데이비드 레스터 엮음. 한수영 옮김. 재승출판 펴냄. 1만4500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