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정부가 소프트웨어(SW) 혁신전략을 내놓겠다고 공언한지 벌써 3개월째다. 이달에 선보인다고 했다가 다음 달이면 나온다고 말을 바꾼 것도 수차례다. 그런데 또 되풀이됐다. 이달 들어 대통령 보고를 끝내고 조만간 발표한다던 전략이 적어도 한 달 이상 뒤로 늦어졌다. 그 사이에 `전략`이 `기본계획`으로 명칭만 바꿨다.
새 정부 들어서고 다양한 행사에서 미래부 장관과 차관은 돌아가며 혁신안 골자를 소개했다. SW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치켜세웠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을 만들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SW 산업에 대한 대통령의 높은 관심은 매번 강조됐다. 오래전부터 `힘들다`가 인사말인 SW 업계가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잦은 일정 변경으로 기대는 실망이 됐다. `이번에는`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던 업계는 한두 번 미뤄지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가 되더니 요즘은 `그럴 줄 알았다`로 돌아섰다. 양치기 소년을 운운하는 비판도 들린다. 이전 정권에서 내놨던 사탕발림 정책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성급`이다. 주관부처 책임자들이 자신 있게 내놓겠다던 혁신안이 매달 수정과 변경을 거듭하는 데 실망하는 것이다. 명칭이 전략이든 기본계획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곪아온 상처를 치료하는데 몇 개월 늦어진다고 불평하지도 않는다. 다만 제대로 된 치료법을 기대하는데 허겁지겁 서두르는 모습이 영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그 대표 사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국산 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 대책이다. 국산 SW 유지관리 요율을 평균 10% 올리고 단계적으로 계속 인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는 오랜 숙원 사업이 이번에는 해결될 것이라며 관련 단체가 모여 환영 성명까지 냈다. 하지만 현실화 대책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공기관들이 내년도 예산 책정에 인상 요율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돈 줄`을 쥐고 있는 기획예산처도 관련 예산을 늘릴 여력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선 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SW 정책들도 예산을 확보 못해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실패를 재확인한 거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 부처가 만들어지면서 `성과`를 보이기 위해 성급하게 서두른 결과다.
앞으로 나올 혁신안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현재 거론되는 기본계획을 살펴보자. SW 교육 강화나 클러스터 조성, 시장창출 등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집중돼 있다. 당장 배고픈데 황무지 개간 계획만 내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안을 해결한 마땅한 묘책이 없는 탓이다. 단기 처방에 필수적인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것도 이유다.
성과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수십 년 묵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왕 늦은 바에야 `다음달`로 미루지 말고 아예 연말이든 내년 초든 제대로 된 방안이 나오고 예산도 충분히 확보한 다음에 내놓는 게 현명하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봐야 결국 시간만 허비할 뿐이다.
서동규 비즈니스IT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