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이상고온에 피해 없는 무접점 전자장비와 컴퓨터 개발

[전문가기고]이상고온에 피해 없는 무접점 전자장비와 컴퓨터 개발

대한민국을 폭염 속에 빠트렸던 이상기온현상은 비단 국민들에게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자동화장비에 내장돼 있는 전자 부품과 컴퓨터 부품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최근 가장 빈번한 요청이 바로 컴퓨터 작동불량 문제다.

대부분의 전자장비가 메인보드에 슬롯을 장착해 여기에 부품을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는 말할 것도 없고, 사운드카드나 모니터그래픽 카드, CD와 드라이브 등도 이 방식을 사용한다. 오래된 이 방식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특히 습도와 온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점이 있다.

요즘 같이 고온 다습한 때에는 슬롯에 결합된 모든 부품의 고장 위험도가 매우 높아진다. 상당수가 접합 불량으로 판명이 나지만, 사실은 높은 습도와 온도로 인해 부품과 부품사이의 결합부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컴퓨터만이 아니다. CPU와 메모리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전자제어 장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전기가 들어가는 장비에 이상이 생길 수가 있다는 얘기다.

컴퓨터나 전자제어장비의 이상 작동은 매우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개인이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오작동은 큰 문제가 아니다. 안전이 최대 과제인 비행기, 고속철, 전철, 자동차 등 교통수단이나 컴퓨터 제어 기능 등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기나 고속철처럼 기온의 변화가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매우 위험하다.

당장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모든 전자장비의 내부 외부 연결로 사용되는 기존의 방식을 모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비가 필요하다. 이상 고온에서는 모든 기기 오작동의 원인을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보고 예방과 정비 과정에서 우선 순위를 둬야한다.

대안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필요하다. 최근 무접점릴레이(SSR) 기술이나 무접점 충전방식에 관한 국내외 연구결과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무접점 확장슬롯에 관한 연구가 유망한 연구주제가 될 것 같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클라우드 기술의 적용이다. 장비 내 확장슬롯의 숫자를 줄여주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중요한 해결책이 된다.

둘째, 모든 전자제어장비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슬롯을 대신할 수 있는 초고속 근거리무선통신(NFC) 관련 분야다. NFC는 10㎝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13.56㎒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단말기 간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이를 내부 구성품 간 통신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속의 통신속도를 보장한 초고속 NFC 기술이 개발된다면 무접점의 전자장비에 대한 대안으로 손색이 없다.

기후변화는 인간과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동제어기기 오작동으로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상고온에 의한 전자제품의 오작동 방지로 출발했지만, 이러한 기술적 대안과 새로운 방식에 관해 연구한다면 새로운 개념의 전자제품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 나아가 컴퓨터 아키텍처의 대대적인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전자장비와 컴퓨터 제조기술의 큰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신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모바일스쿨 교수 update@c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