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이동통신사 중에 애플과 아이폰 판매 계약을 맺지 않은 곳은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일본 NTT도코모뿐이다. 두 회사 모두 자국 내에서 단연 1위 사업자다. 아이폰을 선택하면 애플에게 큰 매출을 가져다주는 반면 삼성전자처럼 경쟁사 입장에서는 메가톤급 악재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가 내달 초로 다가오면서 차이나모바일과 NTT도코모가 굳게 닫았던 빗장을 열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나온 외신을 종합해보면 차이나모바일은 계약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지만 NTT도코모는 가능성이 낮다.
지난 7월 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뒤 시궈화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애플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논의 주제는 상업적인 세부 내용과 기술에 관련한 것”이라고 전했다. 팀 쿡도 “중국 시장 확대는 차이나모바일의 도움으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끌어온 두 회사의 협상 성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기술적 문제는 사라졌다. 지금까지 지원하지 않던 차이나모바일 통신 방식을 아이폰 신제품이 수용했다고 알려졌다. 3G는 TD-SCDMA고 4G는 LTE-TDD다. 당장이라도 차이나모바일에서 아이폰을 개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외신은 아직 조심스런 반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잠재 시장을 열어 주면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하지만 차이나모바일은 아직 정확한 시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NTT도코모도 가코 가오루 사장이 직접 애플과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7월에 공개했다. NHK와 요미우리신문 등 유력 매체가 NTT도코모의 히든카드로 아이폰에 무게를 실었지만 실상은 다르다.
가토 사장의 발언은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중에 20~30% 정도면 아이폰 도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며 “애플이 이 정도 목표를 납득할지가 의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는 “아이폰 문제는 기존과 같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의 최근 보도가 눈길을 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나 다나카 다카시 KDDI 사장은 아이폰 도입을 앞두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비밀 엄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애플의 정책 때문이다. 반면 가토 사장은 아이폰 관련 내용을 자유롭게 얘기했다. 니혼게이자이가 NTT도코모의 차기 아이폰 출시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하는 근거다.
애플이 차이나모바일과 아이폰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 가장 큰 타격은 삼성전자가 받는다. 시장점유율이 60%를 웃도는 차이나모바일은 삼성전자의 든든한 우군이다. 굳건히 중국 내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지키는 원동력이지만 아이폰은 판도를 바꿀 파괴력이 있다.
캐리 휴버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아이폰5C가 차이나모바일에서 나오면 애플이 점유율이 25% 가까이 높아져 선두로 올라선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0%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점쳤다. 2분기 애플 점유율은 4.8%, 삼성전자는 17.6%다.
중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을 내놓으면 사겠다고 답한 조사도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아이폰5C에 주머니를 열 수 있는 적정 가격은 486달러(약 54만4000원)에 달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애플5C 가격보다 22% 높은 수치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단위:백만대, %)
자료:카날리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