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여성과기인들에게
이번 레터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위기 순간이 왔을 때 이겨내는 방법을 설명하려합니다. 일을 하다 버티지 못해 결국 일을 쉬는 분을 보면 대개 출산 직후, 어린이집 등원 시작 직후, 초등학교 입학 직후입니다. 세 번 정도 직장을 그만둘까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 시기가 있죠. 직장 여성이 아이를 낳은 직후에는 법정 출산 휴가로 90일을 쉽니다. 보통은 출산 전 일주일 정도 전부터 출산 휴가를 시작합니다.
직장에 막 나가야 될 때 이제 겨우 아이는 생후 80여일 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인 셈이죠. 그 어린 아이를 누군지 모를 남의 손에 맡기고 직장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엄마는 눈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운 좋게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등 믿을 수 있는 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피치 못할 경우 영유아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데, 정말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나, 육아휴직까지 동원해서 계속 쉬어야 하나 첫 번째 고민의 시간이 닥쳐옵니다.
고민 끝에 육아휴직을 결정했다고 해도, 법으로 정해진 육아휴직 기간은 한 여성에게 만 18개월 입니다. 아이 한 명당이 아니라 한 여성에게 주어진 기간입니다. 아이를 세 명 낳을 생각이라면 한 아이당 6개월씩 배분해야 합니다. 육아휴직을 써서 아이와 있는 시간을 약간 더 연장했다 하더라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막 등원을 시작하면 또 한 번 고민에 휩싸입니다.
어린 아이가 집을 떠나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잦은 병치레에 시달리게 됩니다. 반에서 누구 한명이 감기에라도 걸리면 같은 반 아이들 모두가 감기에 걸리는 일이 당연한 일이 됩니다. 입학 후 적어도 두세 달 동안 아이가 종종 아프게 되고 계속해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들락날락하게 되는 일은 사실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심적, 육체적으로 엄마는 지쳐가게 마련이지요. 바로 이때 또 한 번의 고비가 옵니다. `아이가 이렇게나 힘들어 하는데 내가 계속 직장 생활을 해야 하나`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내 천금 같은 아이를 희생시키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점점 커집니다.
직장 생활의 세 번째 고비는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라는 전혀 다른 사회에 진입할 때입니다. 아이는 이제 어린이집 종일반을 다니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정규 과정은 오전만 수업을 하고 아이가 집에 돌아옵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엄마는 이제 아이의 긴 오후 시간,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을 어떻게 시간표를 채워야 하나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이렇게 삶에서 여러 번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 옆에 있어주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 고민하고 갈등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위기가 올 때마다 견뎌내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돼 합니다. 물론 삶 전체에서 내 아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순간은 짧고 곧 지나갑니다.
그 순간을 위해서 자신의 삶 전체를 포기하고 희생하는 일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 일을 그만둔다면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여성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국가적으로 보았을 때 엄청난 손실입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이 정도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들을 다시 처음부터 키워내려면 시간과 금전적인 비용이 얼마나 더 투입되어야 할지 모릅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랑스러운 엄마로 인식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엄마의 부재로 어떤 부분은 결핍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더 집중해서 충실하게 시간을 보내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전적으로도 엄마가 직장생활을 유지하면, 좀 더 여유가 생겨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을 나중에라도 더 해줄 수 있을 거 같고요.
결국 국가적인 사명감으로 일을 지속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인생의 보물인 우리 아이를 위해, 내 아이에게 떳떳한 엄마로 남기 위해서, `엄마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포기했다`고 아이가 기억하기보다는,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도 엄마는 나를 위해서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기억되는 엄마이고 싶습니다.
From.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인지원센터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별 지원 전문기관(www.wis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