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내년부터 도·감청을 원천 차단한 `양자암호통신`의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직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이 우방국, 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도청했다고 폭로하면서 관심이 모아지는 양자암호통신의 상용화는 국방·금융·행정·의료 등 주요 정보가 오가는 국가기간망 보안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SK텔레콤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상반기 양자암호통신 핵심으로 꼽히는 △단일광자 검출기술 △간섭계기술 △후처리기술 등을 확보했다. 하반기 시스템화를 거쳐 2014년 말까지 프로토타입 솔루션을 내놓는다. 통신거리 제한을 해소한 고난이도 솔루션인 양자중계기(퀀텀리피터) 연구도 시작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자암호통신 개발을 진행 중으로 이르면 내년께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 기술로 생성한 암호키를 송수신 측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중간에 도청이 있어도 암호키 자체가 손상돼 탈취한 쪽에서 내용을 알 수 없다. 키 손상으로 도청 유무도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암호키 숫자를 최대한 길게 설정해 이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기존 통신 보안 방식은 컴퓨팅 속도 향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국방·행정·의료·금융 등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기간망 도청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최근 미국 NSA가 우방국, 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백본망을 도청했다고 폭로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핵잠수함 지미 카터호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해저케이블에 직접 도청장치를 부착하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통신 도·감청 우려가 커지면서 양자암호통신 도입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일·중·유럽연합(EU) 등은 이미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확보하고 국가기간망 적용을 시작했다.
스위스, 미국, 호주, 중국 등에서는 이미 상용장비를 판매하는 회사가 등장했고 중국과 캐나다는 각각 2016년, 2017년 양자암호키 전송을 위한 위성발사 계획까지 발표했다. 일본은 도시바, NEC, 미쓰비시 등이 상용화 직전단계에 도달했고 NTT가 2014년에 양자암호통신 상용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GIA에 따르면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2018년 1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양자암호통신 상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국 기업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ETRI가 2004년부터 국책과제로 개발에 나섰지만 2011년 초 지원이 끊기며 이 회사만 유일하게 상용 R&D를 수행 중이다.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약 200억원 예산을 들여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에 근접했다.
우리나라는 양자 ICT산업에서 선진국과 약 5년 격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격차를 좁힐 만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도열 한국퀀텀포럼 의장(서울시립대 석좌교수)은 “양자기술은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중요한 기술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특히 양자암호기술, 양자컴퓨팅은 양자기술 중 현재 상용화된 기술로 선진국 대비 5년 이상 뒤처져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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