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은 IT제품의 관세 철폐를 규정한 다자간 국제 협정이다. 글로벌 경제 활성화와 인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1997년 컴퓨터·통신장비·소프트웨어·반도체 등 203개 품목에 대해 처음 발효됐다. 지난 10여년간 글로벌 IT교역을 3배 이상 늘리는데 기여했다.
16년만에 ITA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자리가 마련됐다.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중국·일본 등 53개국이 참가했다. 1997년보다 많은 260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화가 논의됐다. 디지털TV, 세탁기·냉장고 등 디지털가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와 부품, 의료기기·게임기·내비게이션 등 우리 산업과 연관성이 큰 품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회의는 개도국의 반대로 `다행히`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다행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우리 정부의 우리 기업에 대한 안일한 대응 때문이다. 산업계가 ITA 개정작업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알리지를 않았다. 개정 여부에 따라 IT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적용 대상 품목에 대해 우리나라는 회원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본다. 회원국은 무려 76개국에 달한다.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고 동시에 미국·유럽연합(EU)과의 FTA 선점효과가 상쇄되는 등 부정적 요인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산업계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ITA는 국가간 협정으로 정부가 잡는 방향대로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최종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다. 확정적인 품목군도 있을 것이다. 이를 충분히 알려, 기업에게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 기업이 빠르게 대응한다.
차기 회의가 연말께 잡힐 예정이다. 국가를 대표해 협상에 나서는 정부는 산업계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도록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김준배 전자산업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