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50라운드(최종 밀봉입찰 제외) 중 절반인 29라운드의 일정을 소화한 이동통신 광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3사가 이번 주부터 `진짜 승부`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일 동안 출혈경쟁은 자제하며 핑퐁게임을 해왔던 통신사들은 최후 밀봉입찰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가동할 전망이다.
지난 주 29라운드 경매를 진행하는 동안은 구도가 비교적 예상대로 흘러갔다. 밴드플랜1이 승자플랜이 된 1~3일차에는 승자가 2곳, 밴드플랜2가 승자가 된 4~5일차에는 승자가 1곳인 점에 비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보유한 1.8㎓ 주파수의 인접대역(D블록)이 없는 밴드플랜1에 배팅하고, KT는 D블록이 있는 밴드플랜2에 입찰하며 핑퐁게임을 벌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가격 경쟁도 별로 달궈지지 않았다. 5일간 밴드플랜1은 최저가(1조9202억원)에 비해 1070억원, 밴드플랜2는 1232억원이 오르는 등 두 밴드플랜 모두 최저가에서 10% 이내의 인상률을 보였다. 지금과 같은 구도라면 통신3사는 딱히 의미 없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가격 경쟁을 하다 결국 최후 밀봉입찰에서 단판 승부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주부터는 51라운드 단 한 차례로 치러지는 밀봉입찰 전까지 자사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놓기 위한 수 싸움이 불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밀봉 입찰에 승기를 잡기 위해선 우선 자사가 원하는 블록을 `최고입찰블록(해당 입찰자가 최저가 대비 증가율을 가장 높인 블록)`으로 만들어놓아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시한 규칙상 이 블록에만 무제한 입찰가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D블록 1개만 노릴 수밖에 없는 KT에 비해 B·C 블록을 놓고 저울질이 필요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선 남은 20라운드 동안 `선택`을 마쳐야 한다.
무제한 입찰이 가능한 블록 외에 다른 블록 1단계 입찰가도 유리하게 맞춰놓는 것이 필요하다. 밀봉입찰의 최고가블록조합 계산 시, 다른 블록의 최소입찰액은 1단계 경매에서 가장 높게 입찰한 금액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블록에 대한 최고입찰액은 최소입찰액에서 무제한 입찰이 가능한 최고입찰블록의 증분비율만큼만 증액할 수 있다. 즉 자사가 원하는 밴드플랜을 낙찰밴드플랜으로 만들기 위해 기반을 다져놓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조건은 KT에게 불리하다. SK텔레콤·LG유플러스 두 통신사가 지원하는 밴드플랜1보다 KT가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밴드플랜2의 가격을 높이는 것이 더 어려워서다.
종합하면, 1단계인 오름입찰 경매에서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블록에 어설프게 입찰했다가 2단계 밀봉입찰 진행 시 자사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남은 21개 라운드는 밀봉입찰 진행 시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계산에 따른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파수 경매 1~29라운드 밴드플랜별 가격 상승 추이(단위:억원·자료:미래부)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