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상 전환과 장인정신이 첨단 제조업 이끈다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치업체 파이컴(현 솔브레인이엔지)의 창업자 이억기 대표가 발광다이오드(LED)조명과 가스버너 시스템으로 제조업에 돌아왔다. 와이어링 하네스로 시작해 멤스(MEMS) 프로브카드로 승승장구하던 자식 같은 회사를 정리하기까지 30여년을 개발과 제조 현장에서 땀 흘렸다. 건강 때문에 현업에서 떠나 요양하던 차에 고향인 강원도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생겨 강원테크노파크(TP) 원장으로 활동했지만 역시 건강 악화로 자리를 물러났다.

이 대표는 요양하면서도 파이컴을 정리한 후 투자한 기업에서 기술개발에 몰입한 끝에 깜빡거림 없는 LED조명 개발에 성공했다. 일반 LED조명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면 깜빡거리는 `플리커 현상`이 있지만 새로운 방식의 콘덴서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과거 멤스 프로브카드를 개발하며 미국 폼팩터와 60개월에 걸친 특허 공방에서 승리를 거두며 몸에 밴 특허 지상주의와 기술 완벽주의 덕분에 가능했다. 파이컴 시절 집무실 책장에 쑥색 표지를 입혀 보관하던 수십 권의 책이 이 대표의 희망이었다. 쑥색 책자는 파이컴의 특허가 고스란히 담긴 보물이었다. 깜빡거림 없는 LED조명을 개발한 원동력은 특허와 집념의 개발의지다. 여기에 통념을 깬 발상의 전환과 지칠 줄 모르는 장인정신이 한 몫 거들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지불하는 로열티 규모는 한 해 10조원에 이른다. 기업 한 곳이 10조원에 이르는 로열티를 감당할 수는 없다. 자금력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특허경영이나 발상의 전환을 겸비한 장인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독특한 재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특허경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이다. 제조업 전반에 특허경영과 발상의 전환을 갖춘 장인정신이 확산하면 외국에 주는 로열티로 인한 국부손실을 막아낼 수 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다량의 특허를 보유한 강소기업이 많다는 것은 제조업이 그만큼 튼튼하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