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발주자에게는 `이런 사정이`

SW산업발전 가로막는 불공정 협상

불공정 협상이 이뤄지는 것은 주로 발주자의 인식 부족과 관행 때문이다. 특히 많은 발주자들이 가격 할인이나 과업 추가를 협상과정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발주자들에게도 `말 못할 사정`은 있다.

정보화사업의 낮은 예가(미리 정해놓은 가격)가 첫 번째 문제로 꼽힌다. 기획재정부가 SW 사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유사 사업과 비교해 예산을 책정하거나 신청액 대비 예산을 축소해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 SW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원가계산 업체가 예가를 낮게 책정하는 사례도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예가 산정 시 계약예규를 기준으로 작성해야 하지만 대부분 이를 지키지 않고 기관장이나 이에 준하는 책임자들이 나름의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예가가 너무 낮게 책정된다”며 “이럴 경우 SW 업체에 적은 금액으로 많은 일을 시키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비용 중심의 감사 체계도 문제다. 감사원 감사를 고려해 예산 편성시 소극적으로 대응해 사업규모 대비 예산이 적게 편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지 않은 공공기관이 감사원으로부터 정보화사업 관련 비용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발주 담당자의 감사 면책권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보화사업 관련 감사 과정에서 2순위 사업자의 제안금액이 1순위 사업자보다 낮은 것을 확인한 후 감사원이 가격 할인 없이 1순위 사업자의 제안 가격대로 계약한 부분을 지적하더라”며 “대부분 프로젝트는 책임을 사업담당자에게 지우기 때문에 이런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SW 기업이 스스로 저가 입찰을 부추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발주자 측 주장이다. 보통 기술과 가격 점수를 9대 1 비율로 평가하지만 실제 기술점수는 사업자간 편차가 크지 않아 가격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W 기업의 사업 이해도가 낮아 기술협상이 어렵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제안서를 제출하는 문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자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협상 과정에서 직접 과업을 추가·변경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발주자는 우선협상 대상자를 바꾸고 싶어도 사업자가 스스로 포기를 하지 않는 한 변경이 불가능해 사업이 부실해지기도 한다.

이밖에 발주자들은 예가 대비 입찰 최저가 하한선의 상향 조정, 공통된 세부 계약 체결 기준 마련, 예가 대비 과업의 과다 정도를 산정할 수 있는 가이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