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입비 인하 두고 `담합` 걱정한 미래부](https://img.etnews.com/photonews/1308/469360_20130826172853_403_0001.jpg)
이달 중순 통신사들이 일제히 가입비를 인하했다. 이를 두고 “어차피 모객을 위해 가입비는 대부분 면제됐다”며 정책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래도 어쨌든 명목상의 비용을 내렸으니 통신비가 인하되기는 한 셈이다.
묘한 것은 날짜다. KT는 16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9일 가입비를 내렸다. 정부 방침에 민간 사업자들이 부응해 같은 비율로 가입비를 내렸는데, 왜 3일의 차이가 났을까?
통신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그렇게 정해줬어요. 같은 날 동시에 인하하면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고…. KT가 LTE어드밴스트(LTE-A)도 아직 못하고 있으니 먼저 인하해서 잠깐이라도 유리한 마케팅 포인트를 점하게 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늦게 내리는 걸로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같은 비율의 동종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면 분명히 담합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비 인하 건은 분명히 다른 얘기다. 정부가 출범하며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이고, 통신사로선 수익 감소를 감내하며 받아들인 것이다. 즉 기업이 이익을 위해 자의로 한 가격 변화가 아니라,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담합을 걱정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100% 민간기업이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날짜를 맞춰 같은 상품(여기서는 가입서비스)의 가격을 같은 비중으로 내리는 것이 어떻게 보일지 영 부담스러웠나보다.
정부가 통신 산업을 바라보는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통신사는 민간 기업이지만 통신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예컨대 서비스 가격을 1원이라도 올리려면 정부의 `허락(인가)`를 받아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만 허락을 받고, 나머지 사업자는 `신고`만 하면 되지만 단순한 신고라기보다는 `협의`에 가깝다. 자율로 포장된 사실상의 규제다.
어쩌면 이번 가입비 인하도 철저히 `업계의 자율적인 행동`으로 비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건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규제를 자율로 `포장`하려 하면 정책이 꼬이고 기업의 불만만 늘 뿐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