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12>우리에겐 시간을 관리할 시간이 없구나!

시간 관리를 비롯해 프로젝트, 갈등, 지식, 위기, 변화 등 관리해야 할 대상과 사람, 조직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관리 대상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면서 관리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관리하려는 노력과 방법도 이전과 다르게 진화하고 있고, 그 도구도 점차 정교해졌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중 대표적인 관리 대상이 시간이다. 많은 사람이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을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수록 시간은 저만큼 멀리서 손짓을 한다.

흐르는 시간을 거슬러 시간이 흐르지 않게 붙잡아두고자 하는 욕구는 높아지고, 시간은 과거보다 더욱 빠르게 흐르니 이를 잡아맬 시간관리 도구가 개발됐다. 시간관리 도구가 정교해질수록 관리를 위해 더욱 세밀하게 단위 시간으로 나누고, 나뉜 시간 단위별로 해야 할 일을 빼곡하게 써놓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순간, 시간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한다. 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일이 꼬여서 관리하려던 시간은 관리대상에서 벗어나 저만큼 멀리서 날뛴다.

오호 통재라! 시간을 관리하다가 내가 시간에게 관리당하고 있구나.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은 많아지고 소중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할수록 중요한 일은 더 많이 생기고 소중한 일은 더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일은 촌각을 다퉈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다. 반면에 소중한 일은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나중에 삶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는 일이다.

소중한 일은 시간의 문제기도 하지만 가치의 문제, 철학의 문제다. 문제는 대부분이 중요한 일을 관리하기 위해 소중한 일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