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4년 만에 다시 통합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투톱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단기보증 등 비핵심 업무는 민간으로 대폭 이양한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선박금융공사 대신에 `해양금융종합센터(가칭)`가 만들어진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7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8/27/469838_20130827170057_774_0001.jpg)
27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분산·중복된 정책금융 기능을 수요자 입장에서 기능별·분야별로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2009년 분리됐던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고 산업은행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산은금융지주도 해체 수순을 밟는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현 체제를 유지한다.
통합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과 회사채 인수, 투자형 정책금융 등 대내 정책금융 업무를 수행하고 정책금융공사의 투자 업무는 산은 내 정책금융본부가 맡게 된다. 정책금융공사의 해외 자산 2조원은 수출입은행, 직접 대출 자산은 산은에 이관된다. 통합 산은의 정책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산은지주는 산은과 통합하고, 캐피탈과 자산운용, 생명보험 등 일부 자회사는 매각하기로 했다.
KDB 인프라 운용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고, 대우증권은 당분간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 산은은 지점 확대나 다이렉트예금 신규 유치를 중단해 소매금융 업무도 점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당초 수출금융 업무 통합 대상이었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협의회 기능을 강화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일본과 독일 등 다수의 국가는 대출과 보험 기능을 존중해 2개 공적수출신용기관(ECA)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업무 통합 시 지원 여력 확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에 오히려 기업 불편이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는 두 기관의 협업체제를 유지하되 신흥 개도국 수출과 해외 건설 플랜트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의 단기여신 비중을 2017년까지 총여신 77%에서 40%로 줄이고 무역보험공사 단기보험 비중은 2017년까지 60% 이내로 축소할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 지급보증 지원 기준에서 `1억달러 이상`을 삭제하고 대출 비중은 50% 초과로 완화한다.
무역보험공사가 독점했던 단기수출보험도 민간 금융사 등에 이양하고, 무보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60% 이내 감소를 목표로 잡았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무산됐다. 그 대안으로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캠코,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금융종합센터를 별도로 만든다. 통상 마찰 소지 등을 감안해 해운보증기금 설립방안도 검토한다. 민간 재원을 활용한 해운보증기금 설립 방안은 연구 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설립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민영화도 전면 중단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