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기술과 재주를 지칭하는 탁월한 묘기(妙技)를 부리기 전에 우선 묘품(妙品), 즉 뛰어나게 훌륭한 성품을 먼저 닦아야 한다. 재주가 덕을 넘어서면 자만을 넘어 교만해지고 거만해지기 때문이다. 덕을 겸비한 탁월성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레테(arete)`라고 했다. 미덕을 갖춘 최고 경지의 전문성으로 전보다 나아지려고 부단히 애쓰는 품성을 포함한다.
미덕을 갖추지 못한 전문가는 전문성을 악용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품격 위에서 발휘되는 묘방(妙方)과 묘수(妙手)여야 묘미(妙味)가 있는 법이다. 묘기는 기본과 근본 위에서 단련과 연마 끝에 탄생한다. 어린 묘목(苗木)을 심는 마음으로 기본기를 철저하게 닦아야 묘방과 묘수로 연결돼 자기만의 독창적인 필살기를 만들 수 있다. 묘기가 묘방과 묘수로 연결되는 과정은 지루한 반복만 존재할 뿐이다. 그 과정은 언어적으로 묘사(描寫)할 수 없다. 오로지 내 몸이 직감적으로 느낄 뿐이다.
묘방과 묘수를 지닌 필살기를 갖고 있어야 한 판 승부에서 한 칼에 승부를 걸 수 있다. 고수나 지존은 기회를 엿보다 단칼에 승부수를 던져 쥐도 새도 모르게 게임을 종식시키기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지에 이른 셈이다. 경지에 이른 고수나 지존일수록 그가 발휘하는 묘방과 묘수는 오묘(奧妙)하다.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의 묘방과 묘수를 쉽게 말로 전수하기도 어렵다. 그래야 묘비명(墓碑銘)에 이름 석 자 남기고 후회 없이 살았다고 쓸 수 있지 않을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자신의 묘비명을 남긴 조지 버나드쇼의 교훈을 되새겨보면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 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묘방이 빛을 발하고 묘기는 저절로 몸에 붙기 시작할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