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이 2001년 9·11 테러사건 후 5000억달러(554조6000억원)를 정보 분야에 투입해 막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 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임시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16개 정보기관 2013 예산안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11 사건 이후 미 정보기관은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 역량을 재편했다. 이 기간 5000억달러 이상을 정보 분야에 투입해 막대한 정보 자원을 가진 `스파이 제국`이 됐다.
CIA는 최근 관련 예산이 급증해 2013년 예산이 147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외부 추정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NSA 예산 105억 달러보다 50% 가까이 많다. CIA는 9·11 테러와 2003년 이라크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상이 떨어졌지만 몇 년 전부터 입지를 강화했다. CIA와 NSA는 외국 컴퓨터 네트워크를 해킹해 정보를 수집하고 작동을 방해하기 위한 `공격적 사이버 작전`도 시작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북한과 이란 등 핵개발 국가를 집중 감시했다. 핵개발과 관련한 지진활동을 관찰하기 위한 원거리 지상 감지장치 등을 활용했다. 관련 사진과 공기 표본은 물론 적외선 영상 자료를 24시간 수집했다.
NSA는 알카에다의 작전 내용을 감시했으며 대응작전을 마련했다. NSA가 감청으로 확보한 정보는 무인기(드론)의 비행경로를 지시하거나, 북한 지도부의 구성에 관한 단서를 잡는 데 활용됐다.
오사마 빈 라덴이 2011년 5월 미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사살된 후, 미군 정보기관은 DNA 검사를 실시해 신원을 확인했다. 빈 라덴에 대한 공격 작전 8시간 후에 미국 국방 정보국(DIA)이 운영하는 법의학 정보팀이 빈 라덴의 시신에 대한 DNA 검사를 시행했다.
이 외에 NSA는 스노든이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폭로하기 전부터 내부 고발자에 의해 관련 활동이 폭로될 가능성을 우려해 대비책 세운 사실도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NSA는 내부 폭로 가능성이 있는 4000명 이상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