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은 1조500억원의 입찰가로 1.8㎓ 대역 상하 35㎒ 폭을 낙찰받았다. LG유플러스는 이보다 비싼 1조2700억원 안팎의 규모를 같은 주파수에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낙찰에 실패했다. LG유플러스가 입찰한 밴드플랜1의 총액보다 SK텔레콤이 택한 밴드플랜2의 총액이 더 비쌌기 때문이다.
조규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관은 “주파수 경매 결과 합리적인 시장가치가 부여됐다”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표시했다. 하지만 복수 밴드플랜·혼합방식(오름+밀봉입찰)으로 복잡하게 치러진 이번 경매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LG유플러스처럼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고도 낙찰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결국 밴드플랜1의 주파수를 낙찰받기 위해서는 해당 주파수의 가치에 대한 금액 경쟁 외에 밴드플랜2에 대한 `방어비용`까지 고려해야 했던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경매에서 LG유플러스가 C블록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입찰가가 SK텔레콤과 KT의 입찰가 합계보다 많아야 했다”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모두 밴드플랜1에 무제한 입찰을 했을 경우, KT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순은 복수 밴드플랜이라는 방식 때문이다. 미래부는 지난 6월 주파수 할당계획을 확정하며 “국민편익과 산업 진흥, 주파수 이용 효율성, 공정경쟁 및 합리적 할당대가 확보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신사 관계자는 “D블록 포함 여부를 놓고 통신사 간 심각한 의견차이가 있을 때 정책결정권을 가진 미래부가 결정없이 발을 빼버린 꼴”이라며 “이 때문에 주파수의 시장 가치 외의 여러 요소가 가격에 반영되는 너저분한 경매가 됐다”고 혹평했다.
앞으로도 산적해 있는 주파수 정책 문제를 이번 경매처럼 `모두 시장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업이야 자사의 이익에 맞춰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정부는 주파수 정책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정하고 방안을 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뚜렷한 입장이 제시돼야 기업들도 유리하든 불리하든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D블록을 놓고 벌어졌던 갈등이 장기적인 계획 없이 그때 그때 대응하는 임시변통성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가령 가장 인기가 높은 1.8㎓도 백지상태에서 정리하면 현재의 공공분야 사용과 함께 세 사업자 모두 광대역 서비스를 하고도 남는다”며 “장기적 계획이 없으니 활용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 주파수 정책 시험대에는 700㎒ 대역 용도 지정 문제가 오른다. 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른 다툼에 휩싸이지 않고 국익에 맞는 확고한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