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계 역사는 힘으로 땅과 자원을 빼앗는 일의 반복이었다. 힘의 실체는 바로 질량과 에너지다. 산업 혁명의 주제도 질량과 에너지였고 물리학의 관심사도 마찬가지였다. 뉴턴부터 아인슈타인까지 모든 산업, 경제와 사회의 발전은 질량과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이 근간을 이루었다. 그 결과 건설, 교통, 화학, 통신 등 많은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으나 대형사고, 전염병, 자연재해, 대규모 폭력, 전쟁 등이 뒤따랐다. 과학기술은 빛을 주었지만 동시에 `위험`이라는 그림자도 가져왔다.
이제는 과학기술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 이 시대 과학기술은 외형적인 세계의 개척과 확장 뿐만 아니라 경쟁과 충돌로 망가진 환경과 거칠어진 인간의 삶을 보듬어주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우리 삶을 불안하게 하는 갖가지 위험 요인에 과학기술이 무심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피드백이 없으면 모든 시스템은 불안해진다.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재난, 폭력, 질병, 대형 사고를 미리 감지하고 알려주는 안전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큰 교량과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암세포가 번지고 뇌와 심혈관 이상이 커지기 전에 차량 충돌이나 자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경보해 주는 스마트 센서가 항상 가동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 이미 세계는 그 길로 가고 있으며 그 길목에 거대한 시장과 산업이 있다.
스마트 센서 사회에서는 필요한 위험 신호를 적시적소에 포착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측에게 신속하게 알려주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스마트 센서가 아주 적은 에너지로 동작하고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다면 이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의 새 지평선이 열림을 뜻한다.
기존 여러 센서는 시장 규모가 작고, 최신 반도체와 정보기술을 탑재할 수 없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었다. 정보기술과 에너지 관리 기술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활용한다면 센서의 전력 소모량, 부피,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스마트폰이 사람과 기계간 인터페이스로 정보소통의 허브가 된 것과 같이 질량과 에너지의 투박한 움직임을 안전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는 스마트 센서가 물리 세계와 사이버 세계 간의 연결 허브가 될 것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스마트 센서(보안카메라, 방사능 센서, 구조물 및 인체건강관리 센서 등)의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의 `스마트IT 융합시스템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다. 재료와 소자, 회로,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머지않아 도래할 스마트 센서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경종민 다차원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장(KAIST 교수·kyung@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