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phone-tech)`라는 신조어가 있다. 처음 듣는 사람은 휴대폰 제조와 관련된 신기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폰테크는 휴대폰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대개 보조금이나 판매 장려금을 받아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한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차액을 남기는 방법을 말한다.
반대로 제값 주고 사는 사람은 `호갱님`이라고 부른다. 어수룩한 고객이라는 의미로 낮춰 부르는 말이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고가여서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폰테크족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정체불명의 신조어들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휴대폰 시장이 혼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휴대폰 유통체계가 복잡하고 보조금, 판매 장려금, 요금 할인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이동전화 서비스에 일정 기간 가입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부 판매점에서 요금 할인을 휴대폰 보조금으로 현혹하거나, 가입자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가입자 유치와 유통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휴대폰 교체율은 2012년에 67.8%로 세계 1위에 달했다. 덕분에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지만, 불필요한 휴대폰 교체로 자원이 낭비되고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소비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조금이 제공되는 것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를 테면 90만원대 스마트폰이 정상적인 보조금 수준에서 60만여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심하게는 17만원까지 내려가는 등 편차가 커지기도 했다. 이는 휴대폰 가격의 투명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폰테크족이라는 예상치 못한 현상을 나타나게 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 개선안에는 통신사들이 가입유형이나 요금제 등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휴대폰 출고가와 보조금 등을 명확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법이 시행되면 이동전화 가입자는 누구나 동일한 조건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휴대폰 판매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돼 전국의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에 대한 이견도 있다. 보조금이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을 하도록 두는 것이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시각이다. 또 판매점들은 보조금이 판매를 촉진하는 영업 수단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결국 유통망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휴대폰 유통구조가 보여준 여러 가지 난맥상을 볼 때 유통구조 개선을 더 이상 미루는 것은 현명치 않아 보인다. 보조금 경쟁이 일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 간 차별적인 보조금으로 휴대폰 시장에 불신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도한 마케팅비 경쟁은 통신사로 하여금 통신망에 대한 투자나 서비스 개선과 같은 생산적인 활동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최고의 이동통신 품질을 보유했다는 점을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반면에 정상적으로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가 조롱 받고, 이른바 폰테크와 같은 요령이 유행한다면 건전한 ICT 생태계 형성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IC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나 이동전화 서비스 품질개선 못지않게 휴대폰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ICT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부회장 12jss@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