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플랫폼 거인에 에워싸인 한국 스마트폰산업

당장 달라질 것은 없지만 한국 휴대폰 산업엔 중대한 위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가 미칠 영향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하위 업체가 중하위 제조사를 인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예정된 수순이다. 그래도 한 때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양대 축이었던 컴퓨터와 피처폰 시장을 쥐락펴락한 두 거인이다. 저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아킬레스 건`을 다시 건드린다. 스마트기기 플랫폼이다.

3대 스마트폰 OS 업체가 모두 스마트기기 제조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애플은 독자적으로, 구글과 MS는 각각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통해서 사업을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멀쩡한 자식이 굶는데 남을 챙길 이유가 없다. 벼랑 끝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보니 시간 여유도 없다.

우리 스마트기기 산업은 미국 플랫폼에 절대 의존하면서도 승승장구했다. MS 윈도폰이란 마지노선이 있는 것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 우리를 계속 밀어줬던 구글도 앞으로 달라질 것이다. 모토로라 점유율 회복에 집중할 것이다. 이 회사는 더욱이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에 발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다.

주인을 바꾼 노키아도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형편없지만 여전히 휴대폰 강자다. MS로부터 총력 지원을 받으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언제든 세를 확보할 수 있다. MS가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디바이스 및 서비스 기업` 구호가 새삼 위협적으로 들린다.

구글과 MS가 당장 노골적으로 자사를 챙기지 않을 것이다. 기존 협력 관계를 무시할 수 없으니 점진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할 것이다. 그 사이 우리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차별 대우를 받을 여지를 봉쇄해야 한다. 플랫폼 시장을 지키려는 구글과 도전하는 MS를 활용한 `이이제이`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 도움도 받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독자 플랫폼도 고민해야 한다. 스마트폰 신흥 경쟁자이지만 플랫폼 문제에 대해선 우리와 같은 신세인 대만, 중국 업체와의 공조가 필수다. `타이젠`이란 대안이 아직 있는 게 다행이다. 삼성전자, 인텔, SK텔레콤, 화웨이 등을 넘어 더 개방형으로 가 세를 불려야 한다. 그래야 구글, MS도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한다. 아무리 사면초가에 놓여도 탈출구는 있다. MS-노키아가 아예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식의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사고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