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모바일 패션 정보 공유 서비스 `워너비`를 시작하자, 스타트업 스타일쉐어의 서비스를 따라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벌어진 네이버 `사태`에서 인터넷 생태계 교란 사례로 줄곧 거론됐다.
네이버는 최근 논란의 당사자인 스타일쉐어와 손을 잡았다. 패션 콘텐츠 분야 협력과 공동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선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배달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 개발사 우아한형제들과도 비슷한 내용의 협력관계를 맺었고, 다른 분야 벤처 기업들과도 유사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 검색 플랫폼으로 신생 기업에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대형 기업이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상생 방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특정 기업과 제휴·협력이 자칫 해당 분야 다른 기업에게는 역차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수요의 빈틈을 노려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경쟁하며, 때론 역전하고 때론 사라져가는 것이 인터넷 생태계다. 막강한 검색 영향력을 지닌 네이버가 특정 서비스와 연계하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려는 후발 주자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각 부문 1위 사업자와 다 손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2, 3위가 커서 1위에 올라서는 구조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사용자가 다양하고 좋은 서비스나 콘텐츠를 `발견`하게 돕는다는 검색 본연의 역할에서 후퇴하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까? 혹시나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대형 기업과 벤처 기업 간 상생일 수는 있어도 사용자에게 `꼭` 유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터넷 생태계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누구나 상생과 건강한 생태계를 주장한다. 하지만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려면 좋은 규칙을 세우고 오랜 시간 가꿔야 한다.
인터넷의 변화에 무관심하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생태계를 바로 세우라며 목청을 높이고, 이에 대응해 급하게 대책을 만들다보면 사용자 후생과는 거리가 먼 또 다른 형태의 `그들만의 생태계`가 등장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검색, 소셜, 모바일, 위치정보 등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이 한창이다. 그 동력은 사용자와 시장이다. 인터넷 생태계를 둘러싼 우리의 논쟁은 과연 이러한 변화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