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우 청년위원장 "청년 문제, 인센티브 시스템 개혁이 근본 해결책"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자는 핑계를 찾는다.`

서울 광화문 청년위원회 사무실 곳곳에는 격언이 적힌 액자가 하나씩 걸려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가 지난 6월 위원장으로 취임하며 눈에 잘 띄는 곳곳에 걸어놓은 것이다. 경기도 분당 다산네트웍스 사옥에도 똑같은 격언을 볼 수 있다.

남민우 청년위원장 "청년 문제, 인센티브 시스템 개혁이 근본 해결책"

도전정신을 강조한 이 격언에는 남 위원장의 삶이 녹아 있다. 벤처 1세대 대표 경영자로 꼽히는 그는 창업 이후 항상 제대로 된 `방법`을 수립하기 위해 매진해왔다.

사업체를 운영하며 몇 번이나 존폐의 기로에 섰던 그에게 생존 방법을 찾는 것이 곧 경영이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청년 일자리 창출부터 인재 양성까지 청년발전을 위한 국가차원 전략을 고민하는 기구다.

이 조직을 이끄는 남민우 위원장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 `88만원 세대(20대 평균임금)` 등 무기력한 이미지가 지배하는 청년층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남 위원장은 청년문제 핵심으로 저성장, 양극화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치를 꼽았다. 세계 경기 둔화 속에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에 취업 세대 눈높이는 높아져 사회 전반에서 생산성이 낮아지고 청년들의 심리적 좌절감이 깊다는 분석이다.

그는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에는 젊은 세대의 도전정신도 강했고 이를 실현할 기회도 충분했지만 현재는 저성장 등으로 내외적인 동력이 약한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청년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회 인센티브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 예로 대학 진학 중심의 교육제도를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국가가 손을 대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선진국은 초등학교, 중학교 단계에서 예술, 기술, 체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정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을 유일한 목표로 공부한다`는 단순한 길에 대부분 청소년들이 매진하고 있어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탓이죠.”

그는 이 같은 인식이 한국사회의 인력 수요·공급이 잘못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이 있거나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도, `공부만 잘하면 다 해결된다`식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해 제대로 된 대우가 이뤄지지 않고 이는 곧 해당 분야를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남 위원장은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지고 실용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건강한 인센티브 구조를 갖추기 위한 가속도를 어떻게 붙이느냐가 기성세대와 청년위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숨은 일자리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쟁력 있는 중소, 중견기업이 제대로 된 인재를 공급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숨은 기업을 발굴해내는 작업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창출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특성화 인재의 조기 사회진출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특성화고 중심의 취업 정책과 선(先) 취업-후(後) 대학진학 등 실질적으로 청년과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산네트웍스는 3년 전부터 대졸 공채를 폐지하고 매년 고졸 특채를 실시 중이다.

남 위원장은 “모든 분야에서 적용하긴 힘들겠지만 특히 ICT 등 기술기반 중소, 중견기업 인재에게는 현장에서 먼저 실무 능력을 키우고 부족한 부분을 나중에 대학진학으로 채워 돌아오는 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위주의) 상위 10%의 일자리를 놓고 90%가 경쟁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고 주문했다.

창업 활성화는 청년 문제를 풀 또 다른 열쇠다. 남 위원장은 “지금보다 10배 이상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우선 법인과 창업자 본인을 엮는 연대보증의 족쇄를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남민우 청년위원장은?

박근혜정부 1대 청년위원장인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는 전주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현재 벤처기업협회장,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를 첫 직장으로 1993년 다산네트웍스의 모태가 된 다산기연을 창업해 2000년 통신장비 회사 다산네트웍스를 코스닥에 등록했다.

2004년 세계적인 통신장비회사 NSN으로부터 지분매각 등으로 1000억원 투자를 이끌어 냈고 2008년 다시 NSN 지분을 재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등 벤처 1세대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남민우 위원장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스타일의 경영자로 평가된다. IMF 당시 달러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엔지니어 12명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거래처에서 1년 동안 직접 코딩, 버그검출 작업 등으로 빚을 갚은 일화는 유명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