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적응에 실패하며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린 `왕년의 제왕` 노키아가 사실은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선보인 선구자라고 4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것이 노키아의 실수였을 뿐 스마트폰 시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건 아니란 설명이다.
노키아의 스마트폰 역사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기 11년 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운의 제품은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휴대폰 시장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뽐내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40%를 넘나들던 노키아가 선보인 일종의 실험작이다. 커뮤니케이터는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와 비슷하게 생겼다. 접이식 모델로 상단에는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키보드 모양 자판이 자리했다. 다소 둔탁한 모습에 무게도 397g으로 상당했지만 지금의 스마트폰과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 전화는 물론 팩스 송수신이 가능하며 인터넷 연결로 검색과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가 없는 점이 아쉽지만 당시 휴대폰이 일반적인 통화와 문자 기능만 갖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히 혁신적인 제품이다.
당시 커뮤니케이터를 써 본 사용자가 작성한 리뷰에서 그 놀라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커뮤티케이터는 사무실을 주머니 속으로 옮긴 놀라운 제품이다. 더 이상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전화기가 줄 수 있는 새로운 편의에 놀라울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커뮤니케이터의 실패는 제품의 혁신을 뒷받침할 통신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통신망을 사용하던 시대였다. 디지털 통신망이 일부 도입되긴 했지만 극히 제한적이었고 원활한 네트워크 연결이 보장되지 않으며 결국 실패를 맛봤다. 제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의 실패지만 노키아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20세기에 이미 스마트폰을 출시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키아는 이미 오래 전에 스마트폰 기술과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며 “스마트폰 시대를 예측하지 못해 몰락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