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다국적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불법 SW 사용 단속은 줄인 반면에 SW 라이선스 감사는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감사 수위, 적용 대상, 비용 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SW 라이선스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4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사용자보호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SW 라이선스 감사 관련 상담건 수가 불법 SW 단속 상담건수보다 세 배 이상 많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 관련 상담은 38건이었으나 감사 관련 상담은 12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까지 단속 문의가 비중이 높았다.
단속은 해당 SW 저작권사의 고소·고발·제보 등을 통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진행하는 것이다. 감사는 SW 사용권 계약에 따라 고객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면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속이 더 강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감사의 수위가 훨씬 더 높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단속은 불법으로 SW를 사용하는 것이 적발되면 사용하는 수량만큼 구매하면 대부분 해결된다. 하지만 감사는 사용수량과 별개로 제품 시리얼 번호가 다르면 불법 사용으로 간주해 처리한다. 감사가 훨씬 더 치밀하고 까다롭게 조사하는 셈이다.
장일준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사용자보호협회 사무국장은 “SW 저작권 이슈가 형사적인 접근에서 민사적인 접근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며 “특히 감사는 단속보다 조사 수위가 높아 많은 기업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감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중복된 시리얼번호 문제 △감사 대상 범위 문제 △감사공문 수령 이전에 삭제된 이력 문제 △감사 비용 문제 등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감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토캐드는 캐드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 PC까지 감사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이 많다. 대부분 계약 범위 내에서 적절히 감사가 수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련 전문가는 “SW 기업들이 중견, 대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 활동을 최근 들어 중소기업까지 대상을 넓혀 가고 있다”며 “SW 자산관리 컨설팅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내부 감사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