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산업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견기업 정책기본법(가칭)` 제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영 교수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중소기업과 대규모 기업 집단으로 이분화된 기업 정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토양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대규모기업 집단에 대한 반감이 싹트고 중소기업은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복합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풀기 위해선 중견기업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중견 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중견 기업은 크게 대기업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1·2차 협력업체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전문기업, 일명 `히든 챔피언`군으로 구분된다.
이 교수는 기업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정책의 기반 조성을 위해 `중견기업 정책기본법`(가칭)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5년 단위로 중견기업 경쟁력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프레임워크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본 계획에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의 도입 및 조세·금융 등의 지원 방향 △기술력 강화 방안 △핵심 인력의 양성, 공급 및 장기근속 지원에 관한 방안 △해외진출, 투자유치, 국제협력 등 국제화에 관한 방안 등을 포괄할 것을 권고했다.
또 `중견기업 정책기본법`엔 △중견기업 경쟁력 정책의 통합적 의사결정기관인 중견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국제경쟁력의 정도가 다른 업종별 중견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단 설치 △중소, 중소기업들의 상생 발전을 위한 중소·중견기업 간 교류지원 방안 △중견기업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국제경쟁력 강화사업, 경영혁신 지원 사업, 중견기업 선도업종 지원 사업 등 핵심내용들을 담을 것도 함께 권고했다.
이에 대해 김순철 중기청 차장은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세제, R&D 등과 같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꼭 필요한 지원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중견기업 육성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올 하반기 중 법제화 과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강창일 위원장(민주당)과 기획재정위원회 강길부 위원장(새누리당) 등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국내 산업계와 학계, 정치계, 관계 등에서 5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대토론회에선 이와 함께 최근 중견기업계 현안인 △가업 승계 △일감 몰아주기 △통상임금 △중소기업 적합업종 △R&D 세액공제 △공공구매 △금융애로 △전문 인력 수급 △화평법 등 9가지 핵심 애로사항을 중견기업 CEO들이 직접 발표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루멘스 유태경 사장은 “중견기업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제 최고 세율이 50%, 할증평가를 감안하면 실효세율이 65%로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이렇게 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00년 장수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래나노텍 김철영 사장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시행으로 민간시장에서 각종 애로를 겪고 있고, 공공구매제도로 공공시장에서도 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잇따를 경우 중소기업들의 피터팬 증후군이 사라질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강창일 위원장은 “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며 “대토론회에서 논의된 현장의 목소리들이 법·제도 및 정부정책 추진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