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에 맞서는 MVNO…자급제 단말기 `공동구매`

알뜰폰(MVNO) 업계와 제조사, 유통 업계가 단말기 공동 조달에 나선다. 통신사 보조금이 지배하는 시장 구조를 일신하겠다는 전략이다. MVNO 업계는 자급제용 저가 휴대폰 단말기를 공동 수급해 제조사의 생산 확대를 유도한다. 유통업체는 이를 기반으로 보조금 시장과 차별화된 `저가 통신 시장`을 양성화할 방침이다.

`보조금`에 맞서는 MVNO…자급제 단말기 `공동구매`

이동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앞줄 오른쪽 다섯번째)와 김홍철 프리텔레콤 회장(앞줄 오른쪽 여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자급제 단말기 공동조달 협약식 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동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앞줄 오른쪽 다섯번째)와 김홍철 프리텔레콤 회장(앞줄 오른쪽 여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자급제 단말기 공동조달 협약식 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MVNO사업자와 국내외 휴대폰 제조사, 유통업체를 포함한 30여개 업체는 4일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자급 단말기 공동조달 협의체`를 구성했다.

MVNO 업계에선 CJ헬로비전·SK텔링크·KCT 등 대기업 계열 사업자와 프리텔레콤·에버그린모바일·에넥스텔레콤·홈플러스 등 17개 사업자가 대거 참여했다. 제조사로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메이저 기업과 비츠모·프리피아 등 중소 제조사, ZTE·화웨이·소니코리아 등 외국계를 포함해 10개 업체가 참여했다. 유통 업계에선 인터파크와 세븐일레븐이 나섰다.

협의체의 핵심은 MVNO·유통 업계의 자급제용 단말기 공동수급이다. 김홍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프리텔리콤 대표)은 “MVNO 업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조달 가능한 단말기 부족이 MVNO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보면 수용할 수 있는 단말기 물량이 적어 제조사와의 계약이 어려웠고, 결국 단말기 라인업 부족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MVNO 가입자 수는 200만명을 갓 넘어서 아직 전체의 5%도 넘지 못하고 있다. 자급제용 단말기도 제도 시행 1년 5개월 동안 총 15종이 출시됐지만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홍진배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아직 자급제용 단말기 시장은 초기 단계”라며 “고질적인 보조금 마케팅 때문에 저가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기형적 구조”라고 말했다.

앞으로 복수의 MVNO사업자와 유통 업계가 단말기 스펙·물량을 정해 제조사로부터 공동구매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찬일 에버그린모바일 상무는 “이를테면 MVNO사업자 5곳과 유통업체가 각 1000대씩 6000대 단말기를 한번에 주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물량이 보장되면 제조사 생산단가를 맞출 수 있고, MVNO사업자와 유통업체도 적정한 가격으로 구매·판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도 자급 단말기 마크 부착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자급 단말기 망 적합 시험시설에 방사성능(RSE) 시험시설을 추가 구축하는 한편 국내 중소 제조사에는 전파·시험인증 수수료 일부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협의가 저가 통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과 함께 중국 저가 단말기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침투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ZTE·화웨이 등의 중국 제조사가 본격적인 국내 저가 시장 공략을 시작할 것”이라며 “시장이 커지면 삼성·LG전자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국내 MVNO 가입자 수 현황(단위:천명 자료:미래부)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