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창조경제의 주인공으로!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한국 애니메이션, 창조경제의 주인공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창조경제의 주인공으로!

새 정부 출범 후 창조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콘텐츠 산업도 주요 육성 과제로 언급됐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콘텐츠 산업이 중요하다는 말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그래도 콘텐츠 업계는 새 정부의 창조경제 육성 정책에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어본다. 어느 누구도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한 국내 콘텐츠 시장의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창간 31주년을 맞아 콘텐츠 산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 업계 대표 주자를 만나 창조경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어느덧 탄생 10주년을 맞은 `뽀롱뽀롱 뽀로로(최종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벌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스타 반열에 오른 `라바(김광용 투바앤 대표)`, 과거 영심이 이후 끊겼던 사고뭉치 소녀 캐릭터를 되살린 `안녕 자두야(이진희 아툰즈 대표)`의 제작사 대표들이다. 좌담회는 지난 5일 오후 전자신문 본사에서 진행됐다. 그들이 가진 고민과 희망을 애니메이션 주인공 캐릭터의 시각에서 재구성했다. ▶관련기사 2면

◇자두=너무 일찍 왔네. 아무도 없네. 그나저나 전자신문 창조경제 관련 창간 특집이라던데 내가 와도 되는 건가.

(라바 속 캐릭터 주인공들인 옐로우, 레드 등장)

◇옐로우, 레드(이하 라바)=안녕. TV에서만 보던 자두를 보니 신기하네. 만나서 반가워. 오늘 특별히 말문을 여니 기분이 더 좋네(라바 캐릭터들은 극중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뽀로로도 온다고 하더니 안 보이네.

◇뽀로로=어, 미안. 내 별명이 `개구쟁이 뽀로로`라서 일부러 늦게 온 것은 아니고 약속 시간이 헷갈려서. 우리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네. 흠흠, 여기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으니 먼저 자기 소개를 하지.

나는 올해 만 10세야. 질풍노도의 시기인 10대에 접어들었지. 나는 10년 전 일본 애니메이션과 경쟁하기 위해 태어났어. 일본이 의외로 유아용엔 약하더라고. 예상은 적중했고 `뽀통령`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유명해졌지. 지금 대한민국 초등학생 중에서 나를 거치지 않은 친구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우리나라에 나와 연관된 상품 종류만 2290여종이야. 지금은 해외 유아들과 만나고 있어. 어림잡아 130여개국 정도.

◇라바=대단해. 실제로 뽀로로가 나온 후 우리 애니메이션 친구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어. 나는 보통 애니메이션 친구들과는 좀 색다른 성장 과정을 지녔어. TV 방송으로 데뷔하지 않았거든.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가 다 그렇듯이 내가 태어날 때 가장 큰 고민은 제작비였어. 그래서 생각한 것이 90초 분량 정도의 짧은 포맷이었어. 무리하게 TV 정규 방송을 고집하지 않았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면 미용실의 안내 디스플레이까지 어디든 찾아갔어. 스마트폰으로 유투브를 보는 사람도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도록 했지.

◇자두=나는 원래 1998년 동명의 원작 만화에서 시작했어. 어찌 보면 뽀로로보다 나이는 더 많아.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2010년 1월이지.

나는 뽀로로나 라바와 달리 평범한 여자 아이야. 말하는 동물이나 변신 로봇도 아니고, 딱히 예쁜 편에 속하지도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 하지만 대화를 즐기기 시작하는 6세 이상 어린이들은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좀 말을 재미있게 하거든. 역시나 다들 나를 좋아하더라고.

아직은 성공까지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 어떤 면에서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 라바가 부럽고, 같이 놀고 싶기도 해.

◇라바=나는 유투브나 스마트폰 효과를 많이 봤어. 지난해 추석에 카카오톡으로 15초짜리 짧은 동영상 메시지 서비스를 보냈는데 4500만명이 즐겼어.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콘텐츠가 실릴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났어.

◇자두=사실 라바와 나는 좀 다른 것 같아.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성공하는 게 중요하지. 라바가 `몸 개그`라면 나는 `입 개그`에 강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에서도 내 개그가 통하더라고. 태국이나 대만에선 시청률 1위를 차지했어.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영미권 진출도 준비하고 있어.

나는 처음엔 특정 방송에만 나갔는데 요즘은 모바일향 자두도 고민 중이야. 다매체 다플랫폼에 노출되는 게 목표지. KTH를 통해 유튜브에 나가고 있어. 기존 작품의 절반 분량 정도로 줄인 6분짜리 연출도 가능하지.

◇뽀로로=그런데 요즘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이던데. 창조경제가 구현되면 우리 애니메이션 세상도 더 좋아질까.

◇라바=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어. 과거엔 글로벌 기업이 콘텐츠 산업을 지배했잖아. 그들이 스크린, 방영 채널, 자금을 모두 가졌었거든. 요즘은 달라. 콘텐츠만 좋으면 이를 내보낼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해. 과거엔 짜여진 포맷에 새로운 것이 들어갈 틈이 없었는데, 플랫폼이 다양해진 요즘은 벤처 입장에선 기회야. 앵그리버드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지. 기회를 바탕으로 해외에 어떻게 알려나갈지가 고민인데, 이런 부분들이 창조경제의 화두가 아닌가 싶어.

◇뽀로로=한국 애니메이션은 이제 가능성이 높아지는 단계야. 미디어 환경과 기존 애니메이션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변화가 시작됐어. 새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업계가 원하는 분야를 잘 지원한다면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자두=창조경제가 부상하면서 애니메이션이 함께 관심 끌고 조명받는 것은 기뻐. 하지만 `급하면 체한다`는 말처럼 우리나라 특유의 냄비 문화가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해.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겠지.

물론 나도 열심히 노력할거야. 내년 말 목표로 `안녕 자두야` 시즌3을 준비 중이야. 내가 더욱 빛나게 나의 단점을 보완해줄 곳도 찾고 있고.

◇라바=나도 좋은 파트너들을 많이 만드는 게 숙제야. 해외 협력망을 비롯해 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상품화와 유통망을 확보하는데 힘쓸 거야.

◇뽀로로=난 지난 10년간 한국 친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 이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으로 계속 나아갈 거야. 나도 그렇고 다들 더욱 바빠지겠네. 오늘 지각해서 미안하고 다음에 또 보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