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모든 직원을 창업가로 바꾸는 페이스북 `해커톤`

“해킹은 무엇인가 신속하게 만들거나 가능한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는 일입니다. 해커웨이는 뭔가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끈질기게 매달려 일을 완성하는 접근방식입니다.”

페이스북 직원들이 밤새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코딩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페이스북 직원들이 밤새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코딩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마크 저커버그 CEO가 기업 공개 전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보통 해킹은 부정적 단어지만 페이스북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저커버그는 세계 10억 인구를 연결한 페이스북의 존재 의미를 해커웨이로 표현했다. 해커웨이는 페이스북 운영에 그대로 녹아들어 독특한 경영 방식을 만들었다. 모든 직원을 창업가로 바꾸는 게 페이스북 혁신의 숨겨진 비밀이다.

◇극단적 개방과 실력 우선주의=페이스북에는 해커 문화가 그대로 녹아 있다. 극단적으로 개방적이고 지극히 실력 위주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진 해커가 승리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페이스북은 이 기업 이념을 살려 몇 달에 한 번씩 부정기적으로 `해커톤`을 연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인사, 마케팅, 재무 등 모든 구성원이 모여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도전 과제나 즉석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시제품으로 만든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페이스북의 새로운 기능이 된다. 마치 창업을 하듯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고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해커톤이 열린다. 모든 아이디어는 페이스북에서 공유되고 프로젝트 참가 신청도 페이스북에서 한다.

신의 한 수로 불리는 `좋아요` 버튼에서 타임라인, 채팅 기능이 모두 해커톤에서 나왔다. 새로운 복지 정책이나 홍보방법 등도 해커톤의 결과물이다. 해커톤은 직원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해 빠른 시간에 결과물을 내놓는 기회다. 혼자하거나 작은 팀을 꾸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8시간 남짓한 시간에 현실로 만든다.

◇해커톤, 축제를 즐긴다=CEO부터 인턴사원까지 모두 각자 노트북 앞에 앉아 아이디어를 서비스로 만드는데 몰입한다. 배가 고프면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진 연회장에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밤을 새운 후 새벽 6시가 되면 회사 앞에 버스가 줄을 선다. 시제품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장소로 이동한다.

해커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주일 뒤 대형 회의실에 모여 시제품 포럼을 열고 발표와 토론을 한다. 참가자 누구나 생각한 아이디어를 시연한다. 저커버그 CEO도 시제품 포럼에 때때로 들른다. 2시간에 걸쳐 50~60개 아이디어가 시연되는데 현재 페이스북에 있는 많은 기능이 여기서 탄생했다.

훌륭한 아이디어가 시연되면 여기저기서 `바로 그거야!`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해커톤 참가에 제한은 없다. 누구나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동등하다. 해커톤이 열릴 때마다 매회 두세 건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채택된다. 한국에만 도입된 음력생일표시도 31회 해커톤에서 나왔다.

◇한 달 내내 해커톤=페이스북에는 해커톤을 확대한 인사제도 `해커먼스(Hackermonth)`가 있다. 해커먼스는 해커톤을 한 달로 늘린 제도다. 한 분야 프로젝트를 1년 이상 담당한 직원이 한 달 동안 전혀 다른 영역에서 근무한다. 한 달간 부서를 옮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유연성을 키우고 지식 공유를 확대하는 목적이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프로젝트 기획부터 완성까지 길어도 두 달 이내인 페이스북에서는 할 일이 많다. 해커먼스는 프로젝트에 기반한 페이스북의 독특한 인사 구조에서 나온 산물이다. 페이스북에서는 한 달이면 대부분 프로젝트가 마무리 돼 다른 팀 프로젝트에 합류해도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신속하게 움직이는 팀 문화다. 대부분 프로젝트는 4~6명으로된 소규모다. 한두 명이 도맡아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많다. 개발자 1인이 감당하는 사용자가 약 100만 명에 이른다. 페이스북 안드로이드 앱은 단 한명의 개발자가 3개월 만에 완성했다.

페이스북 깊이 자리 잡은 평등 문화도 영향을 끼친다. 학벌이나 간판 등 배경보다 개인 경쟁력이 평가 받기 때문에 원하는 팀으로 가는데 문제가 없다. 페이스북에는 부사장이 몇 명 없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중요할 뿐 팀 단위를 넘어선 조직은 별 의미가 없다. 페이스북은 해커톤과 해커먼스로 조직으로 들어온 뛰어난 인재에게 끊임없이 창의성과 개성을 끌어낸다.

◇이익·매출·주가 트리플 상한가=페이스북은 지난 2분기 이익과 매출에서 모두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시가총액도 1000억달러(약 111조원)를 넘어섰다. 모바일 광고 시장에 페이스북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결과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해 5월 기업공개 후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9월 공모가 절반을 밑도는 17.73 달러로 하락하며 SNS 거품론을 일으켰다. 하지만, 해커 정신으로 무장한 페이스북은 결국 1년여 만에 성과를 냈다.

페이스북은 2분기 매출 18억1000만달러에 순익 3억3300만달러를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광고 매출은 1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급증했다. 특히, 모바일 광고 비중이 41%나 차지했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풀었던 시장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페이스북은 실사용자를 가장 많이 확보한 서비스다. 설치만 하고 쓰지 않는 앱과 달리 페이스북은 모바일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세계 8억명이 모이는 페이스북에 모바일 광고주가 몰리는 건 당연한 결과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