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金)이다.` 너무나도 익숙해 이제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인간이 시간을 대하는 겸손한 자세를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금값을 가진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변한다. 저 해묵은 속담으로 우리는 누군가 게으름을 비난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부지런함을 칭찬한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한 출판업자가 책을 팔고 있었다. 손님이 찾아와 책 가격을 물었고 판매업자는 `1달러`라고 말했다. 손님은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며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판매업자는 “책 가격은 1달러50센트며 그 밑으로는 절대 팔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아까는 1달러가 아니였냐며 손님이 따지자 판매업자는 말했다. “`시간은 금`이라고 했다. 그런데 당신은 흥정을 하면서 내 시간을 빼앗았고 난 그 대가를 받아야겠다.” 미국 화폐 중 가장 가치있는 100달러 속 주인공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야기다.
실제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했던 프랭클린의 이름을 따 만든 프랭클린 플래너(다이어리)는 가장 이상적인 시간관리 도구로 칭해진다. (실제로 대부분 30분 단위로 일정을 중요도에 따라 나누면서 쉴 틈이 없다.)
프랭클린과 손님의 짧은 흥정은 50센트였다. 실제로 돈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이 독특한 개념을 도입한 영화가 앤드류 니콜 감독이 만든 `인 타임(In Time)`이다. 영화 속 주인공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는 노동자다. 하루 일당을 받아 근근이 먹고 산다. 그러나 인타임 세계에서 화폐는 시간이다. 일당으로 24시간이나 48시간을 받고 먹는 음식도 시간으로 계산한다. 팔목에 새겨진 디지털 시계는 자신의 남은 목숨을 보여준다.
인 타임에서도 부자가 있다. 그들은 지리적으로 다른 영역에 살며 많게는 수 백 년 목숨을 가지고 있다. 젊은 모습으로 영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시간을 보유한 셈이다. 여 주인공의 아버지는 금융사 대표로 금고에 100만년 시간을 숨겨두기도 했다.
돈이 사회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만큼, 인타임 세계도 빈부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시간을 많이 축적한 부자를 위해 노동자는 하루 목숨을 연명하고 살아간다. 시간을 돈으로 환원해 시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영화 인타임은 그만큼 자본 계급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영화 인타임에서는 시간을 절대적 가치로 설정했다. 돈처럼 화폐가치가 오르내리긴 하지만 충분히 측정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있다. 시간 축적이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냐를 차치하더라도, 과학계에서는 시간은 절대적 존재가 아니다.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자. 철도 옆에 있는 도로 위에서도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다. 그러나 창 밖에 보이는 자동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기차가 자동차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가 관찰하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고 `시간 분의 거리(s/v)` 속성도 달라진다. 뉴턴 역학에 등장하는 물질 속성의 상대성이다.
빛은 성질이 조금 다르다. 아이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등은 물질의 상대성에 예외는 있다고 말한다. 빛은 자전·공전하는(운동하는) 지구 어디에서 관측해도 속도는 일정하다. 상대성 이론 속에서 빛의 속도는 절대적 물리법칙이란 지위를 얻었다.
우리가 쓰고 함께 생활하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언제나 부족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 다른 이에게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허송세월이다. 1초·1분·1시간·1일 등 시간은 구분돼 표시되지만 그 소용가치는 각각 개인에게 달렸다. 여주인공 실비아 웨이스(아만다 사이프리드 분)는 말한다. “가난하면 죽고 부자면 헛살죠.” 시간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