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결정`을 내리는 부분이다. 가지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아 적합한 타이밍에 올바른 결정을 한다는 게 경험치가 부족한 나에겐 어렵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선두 지위를 빼앗긴 사례를 들 때 많은 이들이 노키아를 이야기 한다. 10년이 넘게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던 난공불락 회사가 성공에 심취해 혁신을 게을리했고 그 결과 결국 회사 주인을 바꾸게 됐으니 말이다. `혁신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에 자주 언급한다.
반면에 아이폰이 공개되기 7년 전, 노키아가 이미 스마트폰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0년 노키아는 1개의 버튼과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지도검색, 게임, 전자상거래 등의 기능이 포함된 시제품을 공개했다. 지금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능과 모양새를 이미 갖췄던 것이다. 가장 앞섰던 노키아가 누구보다 먼저 시장을 읽고 스마트폰을 준비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용을 연구개발(R&D) 목적으로 투자했고 시대를 앞서가는 스마트폰들을 계속 출시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시기가 너무 일렀다는 것이다. 당시 무선 네트워크 기술은 노키아의 발 빠른 행보를 지지해주기에는 미흡한 수준이었기에 지도검색과 같은 기능을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문자와 통화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던 사용자에게 새로운 기능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는 무리였던 듯싶다. 적절한 시기를 만나지 못해 조직 내 쌓였던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2007년 아이폰 등장에 되레 주춤한 행보를 보이게 된 원인이 아니었나 추측해본다.
2년 전 데이팅서비스 `이음`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만들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 떠오른다. 당시 웹에서는 이미 포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태계가 굳건히 자리 잡혀 있었지만 모바일에서는 선두주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음과 같은 작은 서비스도 모바일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고,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금융거래, 데이팅과 같은 서비스는 개인화된 기기인 모바일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기를 놓고 내부 이견이 많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이야 앱 개발 여부를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지만,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의 물결이 지금과 같이 거세진 않았다. 가장 큰 쟁점은 수수료였다. 앱을 출시하면 구글과 애플에 각각 수수료 30%를 떼줘야 했다. 이 수수료를 감수할 만큼 모바일 환경에서 이음이 크게 성장할 것인지가 논쟁의 화두였다. 어떤 것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수 차례의 논의 끝에 `시장이 앞으로 아주 빠르게 재편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모바일이 있으니 결국 승부수를 던져볼 때`라는 결론을 얻었다. 2011년 11월, 마음을 졸이며 앱을 출시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회원 가입은 5배 이상 증가했고, 수수료 30%를 충분히 커버할 정도로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앱 출시는 맞는 방향성이었다.
구성원이 많지 않고 이슈가 복잡하지 않은 우리 회사도 결정과 실행이 어려운데 큰 회사는 도대체 어떻게 할까. 회사 상황과 시장 변화를 읽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지금이 맞는 타이밍이냐`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한 임직원으로부터 “결정을 당분간 미룬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벌어질 일이지만 시기가 지금인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전히 참 어렵다. 진인사대천명.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 사람의 힘을 다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박희은 이음 대표 hepark@i-um.net